오는 9일 치뤄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을 오가는 초접전을 이어가는 데다, 선거 직전 단일화라는 변수까지 발생해 당선자 예측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운동 기간에도 여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틈새는 존재한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 대결 양상이었던 2012년 18대 대선의 경우가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이번 20대 대선 못지않은 박빙 승부였던 당시 블랙 아웃 직전 일제히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0.5∼6.8%포인트 차이로 박근혜 당시 후보가 앞선 상태였다. 개표함을 열어본 최종 득표율은 박근혜 51.55%, 문재인 48.02%로 마지막 여론조사와 대체로 일치했다.
빅데이터로 본 정치 관심도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높다.
구글 사용자들의 여론 관심도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가 대표적이다. 구글 트렌드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한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와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정확히 예측해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도 19대 대선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맞추며 새로운 지표로 떠올랐다.
구글 트렌드에 나타난 최근 한 달(2월3일~2월28일)간의 '평균 관심도'는 이재명 77, 윤석열 46이었다. 해당 지수는 검색 대상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를 나타낸다. 대상 기간 중 검색횟수가 가장 많았던 때를 100으로 정하고 시기별로 상대적 수치를 환산해 보여준다.
이 후보는 구글 트렌드에서 꾸준히 윤 후보를 앞섰다. 최근 한달 간 윤 후보가 앞서는 '골든 크로스'가 발생한 것은 대선 후보 등록기간이던 2월 12일~13일 이틀 뿐이었다. 12일은 윤 후보가 정책 홍보열차인 ‘열정열차’를 처음으로 타고 유세에 나선 날이었으며 13일은 안철수 전 후보가 '더 좋은 정권교체'를 내세우며 윤 후보측에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던 시점이다.
이 때를 제외하면 이 후보는 구글 트렌드에서 계속 윤 후보보다 우위에 있었으며, 2월 26일에는 평균 관심도 지수가 이 후보 100, 윤 후보 64를 기록해 격차가 최대치로 벌어지기도 했다. 이 후보가 총력전을 펼치며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던 시기다.
다만 구글 트렌드 지수를 지지율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많다. 관심도에는 부정적 관심역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재명 후보의 구글 트렌드 지수 관련 검색어에는 '기축통화'가 1위에 올라있으며 2위 역시 '이재명 기축통화'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 발언' '전과자' 등 부정적 단어가 다수 보인다.
윤석열 후보 역시 관련 검색어에 'RE100' '윤석열 흰털' 등 부정적 단어가 눈에 띄지만 1위에 '윤석열 어퍼컷'이 올라있는 등 긍정적 의미의 단어가 이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흥미로운 지표도 있다. 영국의 도박사이트인 '스마켓(Smarkets)'에서는 한국의 대선 결과를 놓고 베팅이 진행중이다. 스마켓은 도박사들의 베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와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를 예견했던 사이트다.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중 누가 당선될 것인지를 놓고 판돈을 거는 이 베팅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앞서 있다.
3일 기준으로 윤 후보의 확률은 69.44%, 이 후보는 33.33%다. 두 후보의 확률 합계가 100%를 넘는 것은 양쪽 모두에 돈을 나눠 베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배당률은 윤 후보와 이 후보가 각각 1.44와 3이다.
스마켓에는 이번 한국 대선의 드라마틱한 지지율 격번이 그대로 반영돼있어 눈길을 끈다. 윤 후보는 계속 월등한 격차로 앞서 있었으나 12월 말부터 내리막길을 걷다가 국민의 힘 내분 사태가 절정에 달한 1월 9일 처음으로 '골든 크로스'가 발생한 뒤 18일간 뒤쳐져 있었다. 내분 사태 수습 후 1월 27일 다시 재역전에 성공해 꾸준히 우세를 보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