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의 말로, 푸틴 몰락의 시작인가

입력 2022-03-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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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 반응, 8년 전 크림반도 합병 당시와 놀랄 정도로 흡사
결정적 차이점은 제재에 대한 결속된 움직임
전쟁 장기화로 구소련 붕괴 일으킨 아프간 침공 재연될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대가를 치른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은 결속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8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말이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일방적으로 병합하면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긴급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이 같은 말이 나왔다.

당시에는 미국과 유럽, 일본의 보조가 맞지 않아 러시아가 대가를 치르지 못했고 중국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관망세였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몰락이 시작될 수 있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내다봤다.

8년 전 긴급 정상회의로 1998년 러시아까지 가세해 정식으로 출범한 주요 8개국(G8) 체제가 종말을 고하고 G7 체제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우리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이 된다” 이 말도 바이든 현 대통령이 아니라 G7 긴급 정상회의 직전에 오바마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제재 동참을 요청하면서 나온 것이다. 시 주석은 “공평한 태도로 옳고 그름을 가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제재에 미온적이었던 결과 푸틴 대통령에게 발목이 잡히면서 결국 올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2014년과 다른 흐름이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에서 일부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는 등 단결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 결제망인 스위프트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러시아에 거점을 둔 기업의 해외 결제가 어려워져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미국 달러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폭락하면서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지만, 루블화 폭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을 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 위기는 러시아 국민의 생활을 파탄으로 몰아 그 불만의 화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에게 향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러시아군의 잔인한 행위는 소셜미디어로 전 세계에 순식간에 알려지고 반전의 물결은 러시아에도 밀려오고 있다.

푸틴이 핵위협을 한 것은 그만큼 몰리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서구권은 경제 제재를 통한 전쟁 조기 종결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시나리오는 러시아 국내 혼란이 푸틴 진퇴로 이어지는 극적인 전개에서 전쟁 장기화까지 다양하다.

일본 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번 우크라이나와 소련 시절인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마찬가지로 아프간 침공은 이슬람 세력에 대한 경계와 더불어 아프간과 미국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계기가 됐다.

1979년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략적 요충지로 규정하면서 체제 유지를 목적으로 침공했다.

아프간 침공은 10년에 걸친 전투 끝에 1만4000명 이상의 희생자라는 결과로 끝났다. 이는 1991년 소련 붕괴로 이어졌다.

닛케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당연한 반응을 오판한 독재자 푸틴의 오만과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푸틴을 기다리는 것은 자신의 존망이 걸린 험로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푸틴 몰락의 시작일 수 있다”며 “민주주의 진영은 이런 생각을 안고 러시아 체제와 직결되는 세계 질서의 변동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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