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과 취약한 시장심리,외환시장 불안 요인이 맞물려 국내증시의 반등 여건을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2차 금융위기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의 상업은행 국유화 불확실성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은 현재 국내증시의 부담 요인이다.
물론, 미국증시가 밤사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은행 국유화는 당장 '필요치 않다'는 발언에 힘입어 급락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지만 시장참가자들은 불안감을 쉽사리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국내증시의 주요 투자 주체인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표출되고 있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주된 배경으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11거래일째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증권업계는 그러나 이같은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며 이는 동유럽 디폴트 위기의 확산, GM 파산 우려 증가, 미 상업은행 국유화 가능성으로 압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세 가지 변수에 따른 코스피지수 스트레스 테스트를 적용할 경우 주가 흐름은 당분간 박스권 하단의 일시적 이탈 가능성 정도를 염두에 둔 시장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대한 시장의 내성 확보 혹은 리스크가 축소되기 이전까지는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스트레스 하나, 미 상업은행 국유화 '小'
국내증시가 살얼음판을 걷는 이유는 미국 금융사의 구제계획을 둘러싸고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신용창출은 회복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자산가격은 하락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배드뱅크 설립을 계획했지만 무산됐고 최악의 상황인 뱅크런(bank run)을 차단하기 위해 신용 확충 필요성이 부각된 상황이다.
국유화 과정이 진행될 경우 자본희석 우려로 인해 금융주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 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국유화를 통해 신용등급이 크게 보강되고 신속한 부실자산의 처리로 금융시스템이 조기에 정상화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같이 엇갈린 시각에 대해 미 정책당국은 금융주에 대한 지분을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국유화는 가급적 피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며 "이는 금융주를 보유한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와 같은 민간 차원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금융위기를 해결하고 싶다는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1990년대 초반 스웨덴ㆍ노르웨이 금융위기나 한국 외환위기 당시 사례에서처럼 금융시스템 및 주식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코스피 스트레스 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 현실화되더라도 지수는 박스권 하단 수준에서 조정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스트레스 둘, GM 파산 스트레스 강도는 '中'
지난 2월 17일 제너럴모터스(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회사는 정부에 추가 자금 지원을 전제로 하는 자구안을 제출한 상황이고 오는 3월 31일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파산 신청, 노조와 채권단 합의, 자구안 통과와 같은 세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되는데, 현재는 파산 신청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GM이 파산 처리될 경우, 이는 미국의 고용 악화 지속으로 인해 미국 및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오토론을 비롯한 기업 및 소비자 대출 부실 증가로 이어지며 금융기관의 신용창출은 추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 이는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러나 GM 파산에 따른 관련 업체 주가 변동성 확대 재료는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선제적으로 반영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 "GM 파산이 현실화되면 이를 중기적 관점에서 빠른 구조조정을 통한 경기회복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시 말해, 코스피 스트레스 강도로 치면 중간 단계로 파악되며 현실화 될 경우 지수는 박스권 하단을 일시적으로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 셋, 동유럽 디폴트 리스크 강도는 '大'
최근 동유럽 디폴트 우려 확대는 그동안 신흥국가 주도의 글로벌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한 장ㆍ단기 외화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단기 외화 유동성이 급격하게 악화로 발생했다.
동유럽의 디폴트 리스크 부각은 결국 서유럽 금융기관의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고, 신흥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상승 시킬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실제 동유럽발 금융위기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국가들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급등한 상황이고 동유럽의 경우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처럼 외부 지원 없이는 자생적으로 회생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렸다.
무엇보다 이러한 움직임은 원화가치 하락을 자극, 국내 금융시장 불안감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안전자산 선호현상 극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전체 수출에서 동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5% 정도이고 이들 국가에 대한 국내 은행의 노출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펀더멘털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내 금융권의 동유럽발 익스포져가 현재까지 뚜렷하게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우려를 완화시키고 있지만 문제는 지속되는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국내증시의 자금이탈이 추세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곽병열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외환시장은 대외적인 악재와 더불어 외화채권만기가 3월에 집중되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시기까지 겹치는 수급불안이 가세하면서 원화의 약세국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식시장 역시 이같은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우려는 코스피 스트레스 테스트 가운데 강도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로 제한된다면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됨.
만약, 주요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코스피 전저점에 대한 지지력 테스트 과정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