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시가지 '초토화'…전쟁터 같은 재난에 '혼비백산'

입력 2022-03-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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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지붕에 물 뿌리며 방어 안간힘 "겁나 죽겠다…너무 흉악"
매캐한 연기에 재까지 날려…탈출 행렬에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해

▲5일 오후 강원 동해시 묵호항 일대가 연기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강원 동해시 묵호항 일대가 연기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산불이 동해까지 무섭게 집어삼키며 도심 전체를 포위할 정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화마(火魔)는 동해 시가지 하늘을 잿빛으로 덮었고, 주말이면 북적이던 관광지는 산불을 피해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꽉 막힌 상태다.

동해지역 휴대전화는 도로 곳곳이 통제됐으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다.

이날 오후 1시께 동해 시내 종합버스터미널에서 강릉 방향으로 바라본 도심은 잿빛 하늘로 뒤덮여 햇빛을 완전히 가렸다.

북쪽 묵호항으로 이동할수록 짙은 연기가 낮게 깔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다.

묵호항 바로 뒤편까지 산불이 번지면서 이 일대는 그야말로 '혼비백산'이다.

묵호항을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일대는 꽉 막혔고, 차들 경적에 소방차 사이렌까지 섞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묵호항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던 묵호등대와 논골담길은 연기에 휩싸여 상황을 알 수 없고, 불에 타고 남은 재가 바람에 날리면서 눈처럼 내리고 있다.

연기가 자욱하게 깔린 탓에 KF94 마스크를 썼음에도 연기가 코와 목을 따갑게 하고 있어 시민들도 마스크 쓴 입을 가리고 다닐 정도다.

고속도로는 물론 7번 국도까지 통행이 통제되면서 '탈출구'를 잃은 관광객들은 패닉 상태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고속도로, 국도, 해안도로 할 것 없이 대부분 도로가 통제되면서 해당 도로는 '주차장'이 됐다.

하늘에서 바라본 묵호 상황은 그야말로 동해시 전체가 '아비규환' 상태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불길이 예상보다 워낙 빠르게 번진 탓에 소방당국도 민가나 시민 보호에 초점을 둔 활동을 펼칠 뿐이다.

논골담길 이웃 마을인 산제골길 정상 부근 집이 불타는 모습이 목격되고, 마을 주민들은 양동이와 바가지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동원해 지붕에 물을 뿌리며 안감힘을 쓰고 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재난 상황을 이겨내려는 모습도 눈에 띈다.

묵호항 상인들은 불법 주정차들로 인해 소방차가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자 차주에게 연락하며 차를 빼달라고 요청하는 등 의기투합하고 있다.

서울에서 놀러왔다는 20대 남녀는 80대 어르신이 불을 끄느라 끙끙대는 모습을 보이자 삽을 들고 흙을 퍼가며 진화를 돕기도 했다.

옥계 산불은 이날 오전 1시 20분께 남양리 주택에서 난 불이 인근 산으로 옮겨붙으면서 시작돼 오전 5시 30분께 동해지역으로 확산했다.

밤사이 산불 현장에는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19m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다.

강릉과 동해에는 현재 건조경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산림 당국은 현재 헬기 16대와 인력 2000여 명을 투입해 진화하고 있다.

오후 2시 현재 동해 500㏊, 강릉 옥계 60㏊와 가옥 4채가 불에 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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