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시아 디폴트 임박, 연쇄 충격 대비책 급하다

입력 2022-03-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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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들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러시아가 국가부도(디폴트) 사태를 맞을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이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정크(투기) 등급을 낮췄다. S&P가 BB+에서 CCC-로 8단계를, 무디스는 Baa3에서 B3로, 피치는 BBB에서 B로 각각 6단계씩 한꺼번에 강등했다. 이 나라에 투자할 때 원금과 이자상환이 어려운 부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자산을 동결하고 대형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가 운영하는 국제결제망에서 퇴출시켰다. 주요 제품생산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부품 수출입도 규제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로 인해 러시아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35%, 연간으로는 -7%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631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지만, 이 가운데 4000억 달러가 미국 등 서방국의 금융기관에 예치돼 제재를 받는 상태이고 실제 보유한 현금은 미미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급한 러시아는 이미 자본통제에 나섰다. 거주민들이 해외은행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것을 금지하고, 무역업자들에게도 외화 수입의 80%를 강제 매각토록 했다. 나라 밖으로 돈이 빠져나갈 구멍을 막은 것이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해외 대출자들에 손실을 입히기 위해 의도적인 채무불이행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이 불가피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해외은행들의 러시아 기업 대출액은 1210억 달러에 이른다. 외국인이 들고 있는 러시아 국채도 상당한 규모다.

국제금융시장은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와 연결성이 높은 유럽 금융회사들이 우선 타격을 받고 연쇄적인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기조를 가시화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러시아 노출액(익스포저)이 크지 않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유동성 문제와 신용경색의 위험이 증폭될 우려가 많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실물경제도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가격, 곡물와 광물 원자잿값이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세계 성장률을 대폭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리스크는 훨씬 크다.

우리 경제에 금융과 실물부문 모두 복합적인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러시아 디폴트가 가져올 연쇄적인 혼란과 경제 악순환의 심각성에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각심과 위기감을 갖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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