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줄인 가계, 필수 지출 비중 2년 연속 40% 상회

입력 2022-03-07 16:00 수정 2022-03-0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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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2-03-07 15: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식비, 병원비 등 4대 지출 항목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020년, 2021년 2년간 40% 웃돌아
코로나 확산 탓… 우크라發 위기로 올해도 지갑 닫을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지난 2년 동안 가계 전체 지출 가운데 식료품비, 병원비 등 필수 항목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1999년(40.6%) 이후 이 비중이 40%를 넘긴 건 최근 2년간이 처음이다.

감염병 확산으로 여가에 돈을 쓸 여력이 줄었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필요한 소비가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뜻이다.

작년 '식비, 병원비' 등 4대 지출 항목 비중 40.2%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식료품·임대료·가계시설·병원비 등 이른바 4대 필수지출은 366조718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가계 전체 국내 소비지출(911조2151억 원)의 40.2%에 달하는 규모다.

이 비중은 2020년 40.7%로 1999년(40.6%) 이후 22년 만에 40%를 넘겼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40%를 웃돌았다.

가계의 목적별 최종소비지출은 모두 12개 항목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필수 지출은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식생활 관련 지출), 임대료 및 수도 광열(전·월세·수도·관리비 등), 가계시설 및 운영(가구·가전 등), 의료 보건(병원비 등) 등 보통 4개 항목이 꼽힌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본적 생존과 관련이 깊은 지출 비중은 줄기 마련이다. 반대로 오락, 문화, 교육, 외식 등의 지출 비중이 커진다.

실제로 4대 필수 품목의 지출 비중은 2000년에 39.5%까지 내려가면서,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처음으로 40%를 밑돌았다.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35.6%)과 2009년(35.7%)에도 이 비중은 40%에 못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3개년(2017~2019년)을 봐도 매년 37%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런 분위기는 뒤바뀌게 됐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경제 주체들은 필요한 지출 이외에는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았다.

이 같은 수치는 엥겔지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가계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음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지수는 지난해 2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엥겔지수는 2019년 11.37%에서 2020년 12.85%로 급등한 후 지난해 12.86%로 다시 높아졌다. 이는 21년 전인 2000년 1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의 불황 국면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을 고려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가계의 합리적 소비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 전쟁으로 물가 폭등… 올해도 허리띠 졸라맬 듯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역시 국민이 꼭 필요한 돈만 쓸 가능성이 크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이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물가가 폭등하고 있는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7% 오르며 5개월 연속 3%를 상회했다. 3%대 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이어진 건 10년 만이다.

특히 밥상 물가에 반영되는 세계식량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포인트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가계의 식료품 비용 등 필수 지출 확대로 이어지고, 불필요한 소비에는 지갑을 닫게 할 것이란 관측이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불필요한 물가 상승 요인의 억제와 물가 급등 품목에 대한 시장 수급 상황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며 "비생계형 소비인 외식·레저·문화 관련 지출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마련해 가계 소비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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