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21세기 맞나요” 사전투표 대혼란...2020 미국 대선 절차 밟지 말아야

입력 2022-03-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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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용지자 종이 상자에 담겨있다. (연합뉴스)
▲인천의 한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용지자 종이 상자에 담겨있다. (연합뉴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지난 4~5일 진행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날 코로나19 격리자 및 확진자 투표 현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졸속 행정으로 투표장이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격리자와 확진자가 장시간 쌀쌀한 날씨를 견뎌야 했던 것은 물론, 직접선거·비밀선거 등 선거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부정선거가 의심되는 일이 일어났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배우는 기초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확진자 규모는 크게 다르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우리 사회가 2020년 21대 총선, 2021년 재보궐선거 등 이미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관위의 유난히 미흡했던 행정에 비난 여론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일로 인해 부정선거나 불복 시비가 벌어질 여지까지 생겼다는 지적이다.

‘아수라장’ 된 격리·확진자 투표...선거 기본 원칙도 안 지켜져

▲선거 사무원이 투표 용지를 대신 투표함에 넣겠다고 하자 유권자들이 항의하는 모습. (SBS뉴스 캡처)
▲선거 사무원이 투표 용지를 대신 투표함에 넣겠다고 하자 유권자들이 항의하는 모습. (SBS뉴스 캡처)

이날 격리자, 확진자 투표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기본적인 선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서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선거 사무원들은 기본적인 선거 원칙·규정도 숙지하지 못한 채 현장에 나왔음이 드러났다.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부됐다가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됐다.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단장인 김은혜 의원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서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당 김기현 원내대표도 SNS에 “우리 당은 국민의 민심을 왜곡하는 그 어떤 형태의 불법·부정·부실 투개표를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부분의 투표소에서는 확진자의 표를 어떻게 투표함에 넣을지, 어떻게 전달할지와 같은 기본적인 방식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 유권자들의 소중한 표들이 쇼핑백, 봉투, 우체국 택배상자 등에 담겼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밀봉되지 않은 채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등 선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모습도 있었다. 심지어 일부 투표소에서는 선거 사무원들이 확진자의 표를 투표함에 대리로 넣어주겠다고 하는 등 유권자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위험이 따르기도 했다.

이미 지난 총선부터 보수 진영 일각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지속돼 온 점을 고려할 때 부정선거 논란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심지어 이같은 상황에도 선관위는 6일 ‘투표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문제 될 것 없다는 첫 입장을 밝혀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결국 선관위는 이후로도 두 번의 사과문을 더 내야 했다.

혼란 일으키는 부정선거...지난 미 대선에선 의사당 점거까지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에서 미 국회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이날 의사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인단 투표 확인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 수천 명이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미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벌였다. (AP/뉴시스)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에서 미 국회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이날 의사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인단 투표 확인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 수천 명이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미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벌였다. (AP/뉴시스)

부정선거 의혹으로 국가가 혼란에 빠지는 일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도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 당시 부정선거 의혹으로 큰 내홍을 겪었다.

당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편 선거는 사기’라며 개표중단 소송을 암시했다. 이어 백악관에서 직접 “법적인 기준에서 저는 쉽게 승리를 거뒀다고 본다. 그러나 불법적인 투표를 반영하면 다르겠다”라며 직접적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예상과 달리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의 득표수가 치열한 접전 양상을 펼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승리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개표 중단, 투표 무효 소송 등을 남발했고 바이든이 당선인으로 결정된 뒤에도 한 달 이상을 소송전에 쏟았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극렬 지지자들에게 시위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결국 2021년 1월 6일 폭도로 변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폭동을 일으키는 비상식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등 미국이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개표 이후 트럼프 측이 남발했던 소송들이 하나 둘 기각 및 패소 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트럼프는 대선 이후 65일 만인 1월 7일, “새 행정부는 1월 20일 출범할 것”이라며 “이제 내 초점은 순조롭고 질서있고 빈틈없는 정권 이양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환한다”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이로부터 약 2개월 뒤인 3월 8일에는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캠프 측이 제기한 위스콘신주 투표 무효소송에 기각 결정을 내리며 트럼프는 소송 50전에서 모두 패배했다.

이처럼 부정선거는 그 의혹만으로도 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한다. 이미 사전투표로 선관위 스스로 부정선거 의심 정황을 만든 상황에서 본 투표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7일 선관위는 뒤늦게 “이번 확진자 등 선거인의 사전투표와 관련하여 그 사전 투표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다”며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강구하겠다”며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했다. 또한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 종료 이후 일반 유권자와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격리·확진자 투표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미흡한 행정으로 문제 소지를 제공한 만큼, 9일 있을 본투표에서는 사전 투표 때와 달리 선거의 기본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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