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 구도 심화,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요인들이 장기적으로 ‘옥석 가리기’ 역할을 해 K배터리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했다.
8일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를 비롯해 배터리 시장의 장래가 워낙 유망한 만큼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사실상 최상위 티어의 업체들 말고는 그럴듯한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간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 거의 다 정해진 상황이라 한동안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구도가 심화하고 있지만 고품질 배터리를 바탕으로 한 K배터리의 높은 점유율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기가팩토리(배터리 생산공장) 생산 규모는 1024GWh(기가와트시) 규모였다. 이 규모는 계속 증가해 2026년에는 3배 넘게 증가한 3791GWh, 2031년에는 5454GWh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신흥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제한적으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수준인 ‘3 티어(tier)’급 생산공장의 비중은 2021년 16%에서 23%까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반대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1 티어’ 급 생산공장의 비중은 52%에서 39%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점점 더 다양한 기업들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분산해나가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생산 규모에서의 점유율보다는 배터리의 밀도나 품질 등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배터리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유리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턱대고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줄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7일 기준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니켈의 가격은 톤(t)당 4만2995달러(약 5314만 원)로 3일 만에 44% 급등했다. 올해 초 2만 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뛰었다.
리튬 또한 꾸준히 올라 올해 초 킬로그램(kg)당 264.5위안(약 5만 원)에서 8일 기준 467.5위안까지 치솟았다. 망간도 같은 기간 톤당 1635달러에서 1715달러로, 코발트도 톤당 7만 달러대에서 7만9000달러까지 급등했다.
다른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론 배터리 업체들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장기 공급 계약, 수급처 다변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옥석 가리기'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배터리 시장이 재편되는 과도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