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사별 후 슬픔, 견디지 말고 충분히 애도하라

입력 2022-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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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우리가 살면서 겪는 아픔 중 가장 큰 슬픔은 무엇일까?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자연의 섭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부모, 배우자, 자녀, 또는 친구의 죽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의연하기가 어렵다.

60대 초반의 L 씨도 8개월 전 배우자와 사별했다. 지병이 있었기에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8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잘 못 자고, 만사가 귀찮고, 의욕도 없고, 혼자서는 은행 업무 하나 볼 수 없는 그녀는 무력감에 화도 나고 남편이 원망스럽다. 곁에 남편이 없다는 사실과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할 일이 무섭고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우울증이다.

사별은 우리가 겪는 삶의 경험 중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높은 사건으로, 그중에서도 배우자의 죽음은 스트레스 척도가 100으로 단연 최고다. 오래전 미국 미시간대의 한 교수가 한국, 미국, 영국, 유럽, 중국의 배우자 사별 전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배우자 사별 후 우울감이 비교 대상 국가보다 월등히 높았는데, 유독 배우자를 잃은 슬픔을 오래 그리고 심하게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울감을 오래 느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특유의 가족 역할 차이와 슬픔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사회문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아내에게 남편의 죽음은 강력한 상처인 데 반해 남편에게 아내의 죽음은 강력한 스트레스라는 분석도 있다. 여자는 수용적이어서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쉽게 내 탓으로 돌리며 스트레스를 상처로 바꾸어 오래 견디지만, 남자는 공격적이어서 스트레스를 제거하려 하고 쉽게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안일을 아내에게 의존했거나 사회적 성공만 추구하던 남자인 경우 남편만 믿고 의지하던 여자보다 더 심한 우울감으로 힘들어한다고 한다.

사별 후 우울감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서 오는 슬픔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애도 반응이다. 이러한 우울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문제는 우울감이 심할 경우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슬픔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으로 배우다 보니 대부분 감정을 억누르고 참으며 내면에 쌓아두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사별 후에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고인의 빈자리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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