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대선 후 정책 리스크·고유가·금리에 발목…기업들 “1분기 실적 걱정”

입력 2022-03-09 11:03 수정 2022-03-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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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기업들이 각종 대외 악재 속에 1분기 실적을 걱정하고 있다.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회복하는 현상)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제유가 상승, 금리 인상, 대선 후 정책 리스크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실적 하락에 따른 주가 하락마저 우려된다.

코스피 기업 실적 감소세…시총 상위 종목 컨센서스도 하락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472조1288억 원, 영업이익 43조8617억 원이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0.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3% 감소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작년 하반기부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율이 감소세다. 전 분기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작년 3분기부터 6.3%, 4.4%, 0.3%로 증가세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도 작년 3분기 12.5%에서 4분기 -11.1%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도 -4.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 51조 원대에서 4분기 45조 원대, 올해 1분기 43조 원대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코스피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하루가 멀다 하고 낮추고 있다. 한 달 동안 코스피 기업의 순이익 컨센서스는 2.95% 하락했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코스피 기업들의 순이익이 한 달 전보다 3% 가까이 줄었다는 얘기다. 롯데하이마트(-465.4%), SK아이이테크놀로지(-92.8%), 현대두산인프라코어(-71.1%), 넥센타이어(-63.3%) 등 96개 종목의 컨센서스가 한 달 사이 감소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종목의 컨센서스가 하락했다. 카카오(-21.08%), 기아(-11.31%), LG화학(-11.28%), 삼성바이오로직스(-10.71%), 현대차(-6.52%)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우크라 사태에 고유가·금리인상…새정부 정책도 변동성 확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우려와 함께 코스피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수익률은 -3.42%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올 1분기에만 약 376포인트 빠지며 13% 하락했다. 국내 증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교전 △유가, 곡물 등 상품가격 급등세 등에 △금리인상 등에 영향을 받으며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인플레이션 추가 악화,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기 위축 우려가 시장의 심리를 갈수록 위축시키고 있다. 침체의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미국 장단기 금리 차는 아직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축소되면서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단기 금리 차(10년물-2년물 국채금리)는 3월 초 현재 30bp(1bp=0.01%)대로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에서 원자재, 식료품 인플레이션 급등이 미래 경제 성장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데에 베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다.

고유가도 기업에 부담이다. 국제유가 급등은 비용 증가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위축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를 더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와 강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연준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데,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 달러화 강세는 당장 수출기업에 유리할 수 있지만, 수입업체들에는 치명적이다. 오히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우려와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에 따른 전방산업 침체로 수출기업의 경영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대선 후 정책리스크도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새로운 행정부가 관심을 두고 지원을 하고자 하는 산업은 전체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나타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산업은 반대로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대선 후보 간 의견이 갈렸던 에너지, 성장산업, 세제 등 분야에서 정책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부동산 정책과 관련 건설업은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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