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가 34만 명대로 치솟았다. 누적 확진자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4만246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휴일효과가 종료되는 수요일(발표기준) 기준으로 보면, 증가 폭이 전주(2일) 4만7789명에서 이주 12만3225명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주마다 신규 확진자가 두 배로 불어나는 더블링이 재현될 조짐이다.
방대본은 당초 국내 기관들의 전망치를 기초로 이달 초에서 중순 중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일 확진자 규모로는 최대 27만 명을 제시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높은 전파력에 방역조치 완화가 겹치면서 모든 시나리오의 예상이 깨졌다. 사적모임 제한(6명)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23시)이 유지되고 있지만, 확진자 동거인·접촉자에 대한 격리가 폐지된 시점부터 유행 억제 효과가 사실상 소멸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진입하더라도, 유행 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날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일(9일)부터 2주간 유행의 최정점을 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9·11·15·16일에 발표되는 수치가 체감하기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점 이후 유행 추이는 유동적이다. 이스라엘과 프랑스는 확진자 발생이 정점에 도달한 뒤 바로 감소세로 전환됐으나, 영국과 싱가포르는 정점이 1주가량 유지됐다. 한국의 경우, 인구 대비 확진자 비율이 유럽 국가들보다 낮아 자연면역 형성에 따른 급격한 확진자 감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주부터 정점 구간에 돌입했다면 23일 또는 30일이 돼야 확진자 발생이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유행이 정점을 지난 때까지 방역수칙 완화를 재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논평에서 “감염환자 수가 정점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방역 완화는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와 인식을 주게 되고 감염병 대유행을 통제불능 수준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 재원 중 위중·중증환자는 1087명으로 전날보다 80명 늘었다. 사망자도 158명 추가돼 7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병상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전국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은 59.1%, 준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은 63.8%까지 상승했다. 재택치료 대상자는 집중관리군 18만5104명을 포함해 121만6536명으로 늘었다. 확진자가 늘고 2~3주 뒤 위·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느는 시차를 고려할 때, 이런 상황은 다음 달 초까지 지속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