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거래소, ‘성평등’ 알리는 종 울린다

입력 2022-03-11 15:44 수정 2022-03-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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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성평등 캠페인 '링더벨' 동참키로
'세계여성의 날' 기념 타종행사…대선 고려 16일로 조정
뉴욕ㆍ도쿄 등 세계는 이미 참여
한국거래소, ESG 힘입어 올해부터 동참키로

(유혜림 기자 wiseforest@)
(유혜림 기자 wiseforest@)

세계 각국 증권거래소가 참여하는 ‘링더벨(ring the bell)’ 성평등 캠페인에 합류하지 않았던 한국거래소가 올해부터 동참하기로 했다. ‘성평등을 위한 종을 울리자’는 의미의 ‘링더벨’ 운동은 매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전 세계의 증권거래소에서 열리는 타종 행사다.

11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한 결과, 한국거래소는 오는 16일 서울 사옥에서 유엔글로벌콤펙트와 함께 ‘링더벨’ 행사를 개최한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권춘택 유엔글로벌콤펙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타종식을 진행한다. 한국의 경우, 대선 일정(9일)을 고려하여 16일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링더벨’ 행사는 지속가능증권거래소(SSE, Sustainable Stock Exchanges)의 대표적인 성평등 캠페인이다. 앞서 2009년 유엔은 ESG 자본시장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SSE를 조직했다. 한국거래소도 2015년 SSE에 가입했지만, 지금까지 ‘링더벨’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ESG 열풍이 불면서 거래소도 올해부터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SSE에 속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다카증권거래소(DSEBD), 베트남 호치민증권거래소(HoSTC) 등 세계 각국 증권거래소들은 ‘링더벨’ 행사를 개최해 성평등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최근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참여국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변화에는 ESG를 경영 방침으로 내세운 손병두 이사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국제기구에서도 ‘링더벨’ 행사 참여를 독려해 왔지만, 한국거래소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비쳐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행사 취지에 공감대를 표하면서 논의 속도도 빨라졌다.

한국의 유리 천장은 악명이 높다. 한국은 노동에서의 여성 역할과 영향력을 조사해 집계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10년째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 8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지수에서 한국은 종합 20점대(만점 100)를 받아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성별 임금격차도 극심하다. 성별 임금격차는 조사 대상국 평균(13.5%)보다 2배 이상 큰 31.5%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관리직 여성 비율 29위,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29위, 여성 노동 참여율 28위, 남녀 고등교육 격차 28위, 의회 여성 의석 비율 27위 등 대다수 부문에서 저평가를 받았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사의 이사회 성별이 전원 특정 성으로 구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이 나온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ESG 사업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발간했다”며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성다양성에 대한 인지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담겨 있어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오는 16일 타종 행사 이외에도 성평등 이해 개선을 위한 패널 토론(성 다양성과 기업의 재무 성과 그리고 투자, 기업 내 여성 리더십 향상과 인사 정책), 비즈니스 사례 발표(신한금융지주 ESG전략위원회 활동)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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