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의 장남 임종윤<사진>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14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오는 15일 임기가 종료되는 임 대표가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되지 않으면 이사회에서 빠지면서 대표이사 자리도 내놓게 된다.
임 대표는 임 전 회장의 2남 1녀 중 첫째로, 미국 보스턴대학교를 졸업하고 2000년 한미약품에 입사, 2005년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동사장을 거쳐 2009년 한미약품 이사에 선임됐다. 2003년 100억 원이던 북경한미의 매출은 임 대표의 재직 후 성장을 거듭, 2009년 788억 원으로 뛰어올라 경영 능력을 증명했다.
이후 한미약품그룹이 2010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자 임 대표는 임 전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경영 최전방에 나섰다. 한미홀딩스는 2012년 한미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임 대표는 2016년부터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다.
임 전 회장이 2020년 8월 타계한 후에는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임 대표의 임기가 종료되면 송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11.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임 대표는 삼남매 중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이 가장 높았으나, 지난달 말 45만 주를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7.88%로 떨어졌다. 임 대표의 동생인 임주현·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각각 8.82%·8.41% 보유하고 있다. 임 대표의 한미약품 사장 임기는 2024년 3월 말까지로, 한미약품에서의 역할은 유지된다.
한미약품은 임 대표가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한미의 현지화와 중국 사업을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 모델을 구축하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백신 등 해외 연구 개발에 주력해 한미약품그룹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매진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중국시장에도 집중해 글로벌 한미의 혁신에 전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대표의 측근에 따르면 임 대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향후 거취를 숙고 중이다. 임 대표는 분자진단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의 최대 주주이자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며, 해외 기술 자원 투자 기업 코리컴퍼니를 설립해 한미사이언스 백신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임 대표의 최측근은 "스타트업에 집중할지 한미약품 사업에 실무로 돌아와서 전반적인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을 할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