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16일 고비…IMF “글로벌 금융위기 유발은 안 해”

입력 2022-03-14 14:26 수정 2022-03-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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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1억 달러 넘는 달러채 이자 상환해야
30일 유예기간 넘기면 공식 디폴트
31일, 내달 4일도 채권 상환 앞둬
신평사들, 디폴트 가능성 점치며 신용등급 대폭 하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가로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당장 16일 첫 고비를 앞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도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거론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16일 1억 달러(약 1240억 원) 넘는 달러 표시 국채 이자 상환을 앞두고 있다. 유예 기간이 30일인 만큼 내달 15일까지 이자를 갚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 처리된다.

문제는 해당 부채만 갚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달 31일엔 3억 달러, 내달 4일엔 20억 달러가 넘는 원금 상환이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 자금을 끌어모아 당장 눈앞에 놓인 상환을 버텨낼 가능성은 있다. 다만 서방 제재로 러시아 외화보유액의 절반가량이 동결된 만큼 향후 무역 활동이 제한되면서 러시아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악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러시아는 해외로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자본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외화 표시 원리금을 지급할 능력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이유로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크게 책정하면서 신용등급을 내렸다. 무디스는 이달 초 Baa3에서 B3로 6단계 낮춘 데 이어 사흘 뒤 다시 Ca로 4단계 더 낮춰 총 10단계를 내렸다. S&P글로벌 역시 최근 투자적격 등급인 BBB-에서 CCC-로 9단계 하향했다. S&P글로벌은 “해외 채권 보유자가 기한 내에 러시아로부터 원금이나 이자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디폴트 위기에 놓인 러시아 중앙은행은 앞으로 달러채 원리금을 자국 통화인 루블로 갚겠다고 떼를 쓰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줄곧 폭락한 만큼 채권단이 러시아의 결정을 반길 리 없다. 닛케이는 해외 채권단이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불투명할뿐더러 채권 발행 당시 약정과 다른 통화로 지급한다면 부채를 상환해도 신평사가 디폴트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과거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이젠 입장을 선회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미국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례 없는 제재로 러시아가 디폴트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부과한 제재는 이미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올해 심각한 경기 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자금에 접근하고 부채를 갚을 능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디폴트는 더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의 디폴트가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로선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에 대한 주요 은행의 익스포저는 약 1200억 달러로, 미미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스템적으로 유의미한 수준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새 정부를 수립하고 IMF가 조성한 14억 달러 상당의 긴급 지원금에 손댈 가능성에 대해선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우크라이나 정부만 특별계좌에 접근할 수 있다”며 사실상 이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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