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보이는 팬데믹…코로나 사업 불확실성에 ‘새판’ 짜는 제약·바이오 업계

입력 2022-03-16 15:44 수정 2022-03-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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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장드뤼즈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걷고 있다. 생장드뤼즈/AP연합뉴스
▲프랑스 생장드뤼즈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걷고 있다. 생장드뤼즈/AP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번주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팬데믹(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이 조만간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속속 태세 전환에 돌입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사업을 키웠던 업체들은 기존 사업에 집중하거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 코로나 백신 임상 철회, 자가진단키트 품목 허가 신청도 자진 철회

1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넥신은 최근 DNA기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N’의 인도네시아 임상 2/3상을 철회 신청했다. 이에 더해 아르헨티나 허가 당국에 신청한 부스터 백신 임상시험도 신청을 철회할 계획이다. 제넥신 측은 “내부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국내 임상 2a상을 마치고 해외 임상 2/3상을 신청한 ‘GX-19N’이 현재 세계 백신시장 수급상황을 감안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글로벌 임상시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피씨엘도 최근 ‘PCL COVID19 Ag Gold’ 품목 중 타액을 검체로 활용하는 개인용 자가진단키트 품목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지난해 피씨엘이 신청한 품목허가에 대해 식약처가 지난달 불합격 통보를 내린 것이 직접 원인이지만,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재도전을 포기한 이유로 거론된다.

휴온스글로벌은 최근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CMO(위탁생산)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엔데믹이 가시화되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금융 및 물류 제재가 이뤄지고, 러시아 정부가 한국을 비우호 국가 목록에 포함시키면서 사업 난항이 예상돼서다. 휴온스글로벌이 이끄는 컨소시엄에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가 참여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코로나19 관련 연구개발 및 사업을 속속 접는 것은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코로나19의 치명력이 낮아지면서 엔데믹 시대로 전환하는 데다, 백신 등 관련 사업에 대한 성장성이 불투명해진 이유가 크다. 화이자나 모더나, 노바백스 등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백신의 위상이 공고하고, 팍스로비드의 글로벌 처방이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 사업에 굳이 연구·개발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 코로나 치명률은 지난 1월 중순 이후 꾸준히 낮아며 이달 중순 0.16%까지 떨어졌다. 3차 접종(부스터샷)을 완료한 경우엔 치명률이 0.08% 수준까지 더 낮아진다. 미국은 51개 주 가운데 하와이를 제외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삭제했고, 유럽도 자가격리나 마스크 착용 규정을 완화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아예 성인 백신 접종 의무화도 중단했고 호주와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태국 등 관광대국은 외국인에게 국경을 개방하는 등 엔데믹 전환을 공식화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시기에 세계 각국의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활용해 사용 승인을 받는다는 전략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며 사업성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 백신 CMO 시설 활용방안ㆍM&A 모색…미래먹거리 찾기 분주

그동안 치료제와 백신, 진단키트 등 코로나19 관련 사업에 사업 역량을 집중했던 제약·바이오업체들은 엔데믹 공식화에 미래 먹거리를 찾거나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모더나를 위탁생산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인수하고, 연내 4공장을 완공해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 및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 사업에 대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마련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보유한 셀트리온은 또다른 코로나 변이 대응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한편, 올해 목표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내세웠다. 노바백스를 위탁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3상 임상을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 개발을 연내 완료하고, 차세대 기술로 떠오른 mRNA 플랫폼과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상용화와 함께 글로벌 바이오업체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수혜를 톡톡히 누린 진단업체들은 곳간이 넉넉한 만큼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최근 북미와 유럽 업체의 M&A를 통해 글로벌 체외진단 톱 플레이어로 도약에 나선다. 이 업체의 지난해 3분기 현금 보유액은 7065억 원으로 지난해 9월 혈당측정기 개발회사인 유엑스엔에 380억 원을 투자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11월에는 브라질 2위 진단기업 에코디아그노스티카 지분 100%를 약 470억 원에 인수했다.

씨젠은 지난달 투자은행 JP모건 홍콩·뉴욕 등을 거쳐 모건스탠리 한국지사 IB(투자은행) 대표, 삼성증권 IB본부 대표를 지낸 박성우 부사장을 영입해 대형 인수합병 등 신사업 진출과 함께 미국 현지 사업 강화에 나선다. 수젠텍은 최근 식약처로부터 국내 제조를 인증받은 제1형 당뇨병 진단 시약(SGTi-T1D Anti-GAD)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다중면역블록장비로 중국 본격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회사 관계자는 “당뇨병을 비롯해 알러지, 알츠하이머 등 진단 아이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사업을 접은 제넥신은 또다른 바이러스의 팬데믹을 대비한 백신으로 개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미 임상 개발이 순항 중인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에 집중할 예정이다. 자궁경부암 치료제 GX-188E는 최근 임상 2상 대상환자 60명 모집을 완료하고 연내 조건부허가신청을 통해 내년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우정원 제넥신 대표이사는 “미래 전략 파이프라인인 CAR-T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약 100억 원의 시설투자비용을 투입해 스푸트니크V 백신을 위한 바이알 CMO 라인 증설을 마친 휴온스글로벌 관계사 휴메딕스는 추후 백신을 포함한 다른 의약품(주사제 등) 품목으로 대체해 시설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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