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시아 디폴트 우려 고조, 금융·경제 위험 차단을

입력 2022-03-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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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미국과 EU(유럽공동체) 등의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경제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현지시간)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디폴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빚 갚을 돈은 있지만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64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서방의 러시아 자산동결 등으로 절반 이상이 묶인 상태로 파악된다.

그는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의 우려는 현재로선 낮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은행의 러시아 익스포저(대출액)가 1200억 달러로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체계적으로 연결된 위험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시장은 러시아의 디폴트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첫 고비가 16일이다. 러시아는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달러표시 채권이자 1억17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이자를 갚지 못하면 30일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디폴트로 이어진다. 이후에도 3월 31일 약 6억 달러, 4월에 20억 달러 이상의 원금·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가 외화자산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동했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결제망 퇴출로 자금이동이 막혀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러시아가 16일 채권이자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외화표시 채무 상환을 자국 화폐인 루블로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사실상 디폴트로 받아들여진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이미 러시아 신용등급을 디폴트 직전 단계로 강등했다.

러시아 디폴트의 충격이 심각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당분간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과 경색은 불가피하다. 특히 유럽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입고 연쇄적인 후폭풍이 예상된다. 신흥국이 위험하다. 러시아 디폴트 우려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곧 기준금리를 올릴 게 확실한 것도 유동성 흡수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불안이 가져올 경기 추락이 가장 큰 문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도 이 점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 등의 성장은 탄탄하지만 코로나19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나라들의 경기가 가라앉고, 에너지와 원자재, 곡물, 금속 등의 인플레이션이 가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그러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 디폴트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될 이유다. 금융과 실물부문 모두에 복합적인 위기 요인이다. 정권 교체기에 정부의 효율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을지 불안하다. 정부가 어느 때보다 비상한 경각심과 위기감으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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