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2016년 1.17명에서 지난해 0.81명으로 더욱 낮아졌다. 지난해 신생아 수는 고작 26만 명을 기록했다. 한편,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15세 이상 65세 미만의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 고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고 있다. 2030년이면 2명의 젊은이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다. 총인구는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5만7000명의 자연감소를 기록했다.
출산율이 낮은 것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꺼리고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2011년 32만9000건에 육박하던 혼인 건수가 2021년에는 19만3000건으로 줄어들었다. 첫째 아이를 출산하는 엄마들의 평균 연령도 2011년 30.3세에서 지난해에는 32.6세로 높아졌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젠더 갈등과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일할 수 있는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고, 살 수 있는 집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과 집이 없는데 어떻게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겠는가. 직장과 집이 있어도 맞벌이를 해야 사는 상황에서 아이는 누가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무한경쟁 사회와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감소하면서 학령인구와 병역자원 부족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이민을 확대해야 할 것인가,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들도 저출산 대책으로 다뤄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저출산은 경제·사회·교육·복지·국방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매우 복합적인 문제이다. 인구 고령화 문제 또한 복지·의료뿐만 아니라 노인 일자리, 정년 조정과 같은 경제·사회 문제까지 복합적이다. 이 때문에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이 위원장이지만 부위원장을 비롯한 민간위원들은 모두 비상근이고 실무는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에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에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자살률도 OECD에서 가장 높다. 이것만 봐도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고령화와 관련한 정책은 완전 낙제점이다.
윤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의 정치와 함께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약속했다. 여성가족부 존폐 문제야말로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성가족부를 ‘인구가족부’로 이름을 바꾸고 우리나라의 인구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령탑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출산·고령화·양성평등·가족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보건복지부, 교육부, 기획재정부, 건설교통부 등에서 인구가족부로 이관해야 한다. 기왕이면 모든 부서의 정책 조율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부총리급으로 하면 좋겠다.
여성가족부를 없애는 것이 아니고 여타 부서의 업무까지 이관해서 부총리급의 인구가족부로 확대·개편하는 것이야말로 남녀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한편으로 만들고,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윈·윈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