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우크라 영공을 폐쇄하면 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고 할까

입력 2022-03-15 15:51 수정 2022-03-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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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규모 민간인 희생자가 나오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일 서방 세계에 촉구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우크라이나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요청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하는 첫 미국 의회 연설에서도 이를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서방국들은 생필품과 군자금, 고성능 무기 등 전방위 지원은 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에는 난색을 표합니다.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An old so called ‘raisin bomber’ airplane from WW II is seen at the airlift memorial at the airport in Frankfurt, Germany, on June 24, 2020.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s war in Ukraine and his push to upend the broader security order in Europe may signal a historic shift in American thinking about defense of the continent. Depending on how far Putin goes, this could mean a buildup of U.S. military power in Europe not seen since the Cold War. AP연합뉴스
▲An old so called ‘raisin bomber’ airplane from WW II is seen at the airlift memorial at the airport in Frankfurt, Germany, on June 24, 2020.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s war in Ukraine and his push to upend the broader security order in Europe may signal a historic shift in American thinking about defense of the continent. Depending on how far Putin goes, this could mean a buildup of U.S. military power in Europe not seen since the Cold War. AP연합뉴스
◇세계는 3차 세계대전 문턱에 들어섰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소셜미디어 트위터에서는 ‘WWIII’, ‘World War 3’, ‘Troisieme Guerre mondiale’ 등 제3차 세계대전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많이 언급됐다고 합니다.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은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자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떠올리며 자신도 강제로 전쟁에 끌려가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한 것이죠.

실제로 서방국 리더들 입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란 표현이 계속 나왔습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6일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이 우크라이나 영공을 폐쇄할 경우, 러시아와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가 전쟁에 개입하는 것으로 간주돼 제3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요.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면 공습을 위해 우크라이나 상공을 날아오는 러시아 전투기를 요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 파멸적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건 우크라이나의 핵무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비행금지구역 지지파들은 거리 시위자부터 미국의 외교정책 전문가까지 다양하며, 우크라이나의 인명을 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비행금지구역이란

비행금지구역은 냉전 종식 후인 1990년대에 안전보장의 만병통치약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설령 효과가 있더라도 막대한 군사자원이 투입되고, 더 나아가 상대방이 처참하게 패배하거나 방어력을 상실한 상태로 국한됐습니다.

비행금지구역은 전쟁 지역에서 몸을 보호할 방법이 없는 민간인이 공습 피해를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년간 설정되기도 합니다. 유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설정한 쪽의 공군력이 해당 공역에서 단순히 우세하지 않고,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공역을 지배하는 동시에 작전 실행에 위협이 되는 상대의 방공 시스템을 파괴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미국의 외교전문가 27명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대피하기 위한 인도적 통로를 지키기 위해 제한적인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편 군사 전문가들은 제한적 비행금지구역에서도 러시아군과의 직접 전투는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백악관의 젠 사키 대변인은 8일 인도적 피난 통로 상공으로 한정된 비행금지구역에서도 전투를 격화시켜 미국과 러시아 간 전쟁 돌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행금지구역에 가담한 나라를 전투 참가자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President Joe Biden speaks at the National League of Cities Congressional City Conference, Monday, March 14, 2022, in Washington. AP연합뉴스
▲President Joe Biden speaks at the National League of Cities Congressional City Conference, Monday, March 14, 2022, in Washington. AP연합뉴스
◇“One for All, All for One”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 등 서방 국가에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나토 측은 우크라이나가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습니다.

나토는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One for All, All for One)”를 모토로 합니다. 이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에 나온 대사를 인용한 것으로, 나토 회원국 간 연대와 결속을 의미합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처지가 안타깝긴 하지만, 회원국이 아니어서 집단방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음을 대변합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우리는 전쟁 당사국이 아니다”라고 했고,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요구를 무책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11일 대러시아 추가 제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충돌은 제3차 세계대전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의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측면 지원은 계속하지만 영토에는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는 지금까지의 견해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제3차 세계대전을 언급한 건 “민간인 희생이 늘고 있는데 미군과 나토 병력이 우크라이나 밖에 있다”는 일부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은 “미군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는 순간 미·러 간 전쟁이 될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핵무기’까지 등장하는 세계대전으로 퍼질 우려가 있다”는 논리입니다.

▲President of the European Council Charles Michel talks during a press conference after the EU summit at the Chateau de Versailles, Friday, March 11, 2022 in Versailles, west of Paris. The European Union says it will continue applying pressure on Russia by devising a new set of sanctions to punish Moscow for its invasion of Ukraine while stepping up military support for Kyiv. AP연합뉴스
▲President of the European Council Charles Michel talks during a press conference after the EU summit at the Chateau de Versailles, Friday, March 11, 2022 in Versailles, west of Paris. The European Union says it will continue applying pressure on Russia by devising a new set of sanctions to punish Moscow for its invasion of Ukraine while stepping up military support for Kyiv. AP연합뉴스
◇하늘도, 대화의 문도 열려 있어야 한다

서방국가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러시아와 대화의 문은 닫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파멸적 재앙을 부르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하니까요.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어떤 상황이라도 대화의 길을 닫지 않는 것이 EU의 DNA”라며 “EU는 러시아와 단기적이더라도 외교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파병 요청과 전투기 지원 요청을 뭉개고, 러시아가 화학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에도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구두 경고에 그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냉전 종식 이후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성공한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일례로 코소보 분쟁 사례를 보면, 당시 세계 최강급 공군력을 가진 미국이 2류 방어태세로 전력으로 맞섰음에도 압도적인 제공권을 결코 확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작전 지원에 필요한 공중감시기는 공격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해당 공역에 계속 접근할 수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세르비아 독재자였던 밀로셰비치는 축출됐지만, 어디까지나 나토 연대의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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