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치를 바라며

입력 2022-03-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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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진행돼왔던 셀트리온 그룹사의 회계감리 결과가 발표됐다. 셀트리온의 경우 개발비, 재고자산 등에서 잘못된 회계처리가 발견됐다고 한다.

 

지적사항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회사는 자산 인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개발비 일부를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회계기준은 매우 엄격함을 요구한다. 비용 지출로 얻은 무형의 기술로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이를 잘 판매해서 투자비 이상의 돈을 벌어줄 것이 확실해야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산은 미래에 돈을 벌어주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개발 중인 신약이 임상시험과 식품의약국 심사를 다 통과하고 나중에 잘 팔릴 것인지 매우 불확실하다. 그럴 때는 자산 인식보다 비용 처리가 타당하다. 셀트리온의 경우 2017년에 1432억 원의 개발비가 자산 인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금액만큼 손익계산서상 이익 증가 효과를 주었다. 회계 위반 기간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9년간 지속했다.

 

다음 이슈는 재고자산평가손실 미계상인데 셀트리온의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종속기업인 셀트리온제약이 외부 판매가 불가능한 재고자산 130억 원에 대하여 손실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리적 실체가 있다고 모든 재고가 자산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판매해서 130억 원 이상의 돈을 회수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산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재고에 대해 자산으로 잡아 놓고 손실처리를 안 했으니 당연히 회계기준 위반이다.

 

마지막으로 특수관계자 주석 미기재인데 셀트리온의 계열사, 자회사 등과 주고받았던 재고 교환 거래 사실을 주석 사항에 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수관계자 간 거래를 통해 회사가 손익이나 재무구조를 유리하게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어서 모든 중요한 거래에 대해 주석 사항에 표시하도록 요구하는데 그 부분을 누락한 셈이다.

 

이런 지적사항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치는 좀 의외였다. 회계기준 위반 사항들이 회사의 고의 분식회계가 아닌 중과실로 판단해서 과징금 부과, 담당 임원 해임 권고나 내부통제 개선 권고 수준의 조치만 내렸다. 오히려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한 회계법인만 과징금 부과, 손해배상 공동기금 추가 적립, 해당 회사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 해당 공인회계사에 대한 상장사 감사업무 제한 등 더 많은 징계를 준 모양새다.

 

재무제표의 작성 책임이 회사에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먼저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재무정보 이용자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회사에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이를 지켜보는 많은 기업도 더욱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이번처럼 회사가 아닌 회계법인에 책임을 더 지우면 분식회계를 시도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안 걸리면 다행이고 걸리면 고의가 아닌 과실이었음만 주장하게 될 것이다.

 

면피해야 하는 감사인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감사절차를 수행해야 하니 감사보수는 자연적으로 올라갈 것이고 이슈가 될 만한 부분은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는 것은 기업이나 감사인 모두에게 좋지 않다. 결국, 기업 스스로 더 투명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감독 방향도 그렇게 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는 2018년 11월부터 신외부감사법을 시행하면서 예전보다 회계감사가 크게 강화됐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회계 신뢰도도 많이 올라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 2017년 63위였던 회계 투명성 순위가 2021년에 37위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 금액도 3년 새 40%나 늘었다.

 

연초부터 상장기업들의 횡령사고가 2건이나 터졌고 오랜 시간 끌었던 셀트리온그룹의 회계감리 결과까지 발표되며 자본시장이 꽤 술렁거렸다. 이럴 때일수록 재발 방지를 위한 감독기관의 강력한 조치가 필수적이다. 한창 개선되고 있는 회계 투명성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꺾이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고질적이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탈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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