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월부터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희소 가스인 네온, 크세논(제논), 크립톤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중대본) 회의를 열고 "4월 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네온, 크세논, 크립톤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정량의 수입품에 대해 기존 5.5% 세율이 아닌 0% 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에너지 수급차질 우려 고조 시 석유공사 해외생산 원유도입 등 물량확보를 즉시 추진하겠다"며 "옥수수 사료 대체품목인 보리의 할당 물량을 당초 4만 톤에서 10만 톤으로 늘리려다 이번에 25만 톤까지 증량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산 옥수수 6만9000톤을 추가로 대체 입찰하고, 명태의 경우 수급차질시 정부 비축분 1만1595톤을 적기 방출하는 등 수급 안정화 조치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국제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 강도·범위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및 변동성 확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월 들어 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이 감소하고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등 실물부문에 일부 충격이 나타나고 있고, 사태 장기화 시 그 영향의 진폭 확대도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긴급금융지원 2조 원과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 2000억 원에 특례보증을 신속 지원하고, 필요하면 지원 규모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출·물류바우처 지원대상에 국내 회항·대체 목적지 운항 시 운송비·지체료를 업체당 최대 2000만 원까지 포함한다. 거래단절 피해기업의 대체거래선 발굴을 위해 맞춤형 긴급상담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온라인매칭 전담팀 구성 등도 추진한다.
아울러 금감원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상시 가동하고, 거래 가능 품목과 송수금 허용범위 관련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현지 교민과 유학생에 송금 시 제재대상이 아닌 '러시아 진출 한국계 은행 현지법인계좌' 활용 등을 독려하고, 외교부의 '재외공관 신속 해외송금제도'도 활용할 계획이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선 국내 외화 유동성 불안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비를 위해 선물환포지션규제 완화를 최소 2분기까지 유지하고,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비율 완화(80→70%)와 관련한 재연장 여부를 이달 중 발표할 방침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환율의 경우엔 상승 속도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시장 안정 노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영향과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중국 일부 지역의 봉쇄조치에 따라 중국에서 현지 생산·도입하는 부품 등 일부 품목들은 조달 확보에 차질이 있을 수 있고, 국내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택시 운송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해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로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 운송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신규 지정 여부를 논의하겠다"며 "앞서 지정된 15개 업종 가운데 이달 말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여행·관광업 등 14개 업종에 대해서는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중대본 논의를 포함해 법정 심의기구인 고용노동부의 고용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그 결과를 오늘 오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고용 불안이나 업황 악화를 겪는 조선업, 여행·관광숙박·관광운송·공연업, 항공기 취급업, 영화업 등 15개 업종을 특별 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해선 지원금과 직업 훈련, 노동자 금융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조선업을 제외한 14개 업종의 지정 기간은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