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음지서 보지 않는다…BL 콘텐츠, 대세로 떠오른 이유

입력 2022-03-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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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왓챠
▲사진제공=왓챠

‘BL’(Boy’s Love·남성 동성애 코드의 로맨스물) 코드가 콘텐츠업계에서 대세로 떠올랐다. 왓챠의 웹툰 원작 BL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뜨거운 인기를 모으면서 BL 콘텐츠 제작이 본격화 되고 있다. 과거 소수의 사람들이 음지에서 즐기는 콘텐츠라고 여겨졌던 BL물은 OTT, 웹드라마 등 플랫폼의 변화를 타고 흥행,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16일 공개된 왓챠의 오리지널 시리즈 ‘시맨틱 에러’는 대학 컴공과 ‘아싸’ 추상우(박재찬)와 그의 완벽하게 짜인 일상에 에러처럼 나타난 디자인과 ‘인싸’ 장재영(박서함)의 이야기를 그리는 캠퍼스 로맨스 물이다. 동명의 웹툰 원작은 2018년 리디북스 BL 소설 부분 대상을 수상한 흥행 보증작으로, 이미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다. BL 웹소설 최초로 드라마화돼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시맨틱 에러’는 공개 직후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했다. BL 소설 원작 드라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최초 성공사례가 된 것. 작품은 공개되자마자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10~30대 여성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대학교를 배경으로 두 남성의 로맨스를 무겁거나 어둡게 표현하지 않았고, 풋풋한 청춘물로 그려 호평을 얻었다.

▲사진제공=왓챠
▲사진제공=왓챠

두 주인공으로 분한 신예 박재찬·박서함은 전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팔로워가 급상승하는 등 온라인상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두 사람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도 누적 조회수 100만 뷰를 넘어섰다. 표지모델로 등장한 영화전문지는 판매 직후 품절, 포토북도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왓챠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일본에서도 17일 공개한다.

2020년 BL 웹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 이후, ‘미스터 하트’, ‘위시유’, ‘컬러 러쉬’, ‘나의 별에게’ 등 BL 장르물이 계속해 제작되고 있다. 일본과 대만, 동남아 등 해외 주요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거뒀다. 특히 ‘나의 별에게’는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재탄생하고, 시즌2 제작까지 확정지었다.

BL콘텐츠의 가능성을 본 영화업계도 팔을 걷어붙였다. 영화 투자배급사 NEW는 뉴미디어를 전담하는 콘텐츠기획팀을 신설하고 웹툰 등 다양한 웹 IP를 확보에 나섰다. NEW는 이번 계획의 일환으로 웹툰 ‘인기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를 원작으로 한 ‘블루밍’ 등 BL 웹드라마 4편을 선보인다. 4편 모두 해외에서 선판매됐다.

▲사진제공=에너제딕컴퍼니·에이치앤코
▲사진제공=에너제딕컴퍼니·에이치앤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쉬쉬해오던 동성애 장르가 이제는 각광받는 분위기다. 동성애나 퀴어 등 젠더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개선되면서다. 소설, 만화 등에 국한됐던 BL 콘텐츠가 OTT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양지로 나오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 BL 콘텐츠가 계속해 나오고 있다.

또 자신의 취향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MZ 세대의 특징이 BL 콘텐츠 인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BL 콘텐츠를 보는 것을 숨기지 않고,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해진 점이 BL물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BL물은 특히나 2030 여성층에게 인기다. 과거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로 가상 연애 이야기를 꾸미는 팬픽이나 팬아트가 BL물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K팝 아이돌 스타의 음반과 굿즈 등 문화 소비력이 강한 2030 여성들의 취향이 BL 콘텐츠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이에 K팝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된 것처럼 BL 콘텐츠 시장도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예전보단 대중화가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BL 콘텐츠를 보는 시선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분명하다. 다수의 대중은 BL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기존 국내 드라마 콘텐츠에 비해 예산이 적게 투자될 수밖에 없어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고, 장르의 특성상 신인배우 위주로 기용되다 보니 연기력 부분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중문화 전문가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나 의도는 배제하고, 대중의 입맛을 잘 맞춰 지나치게 파격으로 흐르는 시도를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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