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시동이 걸렸다. Fed는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종전 연 0.00∼0.25%에서 0.25∼0.50%로 인상했다. Fed가 금리를 올린 건 2018년 12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또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제로금리로 낮춘 뒤 처음 이를 벗어났다.
예고됐던 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기 충격과 금융시장 불안 등의 변수가 있었지만, 다급한 인플레이션 방어에 무게를 둔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Fed는 올해 미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의 2.6%에서 4.3%로 대폭 높였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빨라질 전망이다. Fed가 공개한 금리전망 점도표에서 제시된 연말 금리수준은 1.875%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여섯 번 더 열린다. 매번 0.25%포인트(p)씩 올리고, 한 차례는 0.5%p 인상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금리인상 폭이 0.5%p의 ‘빅스텝’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해소됨으로써 시장은 안도했다. 뉴욕 증시가 큰 폭 상승했다. 우리 주식시장도 17일 코스피지수가 2694.51로 전날보다 1.33% 올랐다. 치솟던 원·달러 환율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 전날보다 21.4원 내린 1214.3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우리 기준금리가 미국과 동조(同調)하고, 또 미국보다 일정 수준 높게 유지돼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외국자본의 유출 우려 때문이다. 한은은 작년 8월과 11월, 올해 1월 0.25%p씩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현재 연 1.25%이다. 앞으로도 금리인상 기조를 가져간다는 입장이다. 4월이나 5월 한 차례 더 오를 전망이다.
문제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의 부담이 급증하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내놓은 ‘미국 금리인상의 한국 경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단기국채 적정금리를 2.14%로 추정하고 이 수준까지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국채금리가 그만큼 오를 경우 가계대출 금리는 2.26%p 높아지고, 현재 1800조 원을 넘는 가계부채의 이자부담 증가액이 연간 39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우리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이 31억5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느 때보다 한은의 정교하고 치밀한 상황 판단과 적기의 대응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이달 말로 끝난다. 후임 총재의 인선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차기의 윤석열 당선인 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초유의 한은 총재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통화정책과 인플레 대응의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