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고차시장 진출에 엇갈린 반응…“소비자 후생 증가” vs “소상공인 말살”

입력 2022-03-1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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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판매업에 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미지정’ 결론을 내리면서,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허용됐다. 3년 넘게 이어져 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두고 소비자 단체는 “소비자 후생 증가”라며 환영 입장을 내는 반면 중고차 업계는 “소상공인 말살”의 반대 뜻을 나타내며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17일 중고차 판매업의 경우 소상공인 비중이 작고, 소상공인의 연평균 매출액이 크기 때문에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적합업종 미지정 결정 이유를 밝혔다. 또 중고차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는 시장인 데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 확대도 요인으로 꼽았다. 대기업 간 역차별 문제 등도 고려했다.

이날 대·중견·중소기업·소상공인 대변단체 추천 각 2명, 동반위 추천 2명, 공익위원 5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심의위는 오전 10시부터 양측 간 팽팽한 견해차를 보였다. 오후 8시까지 대립이 지속하자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투표로 결론을 내렸다.

소비자단체, 소비자 피해 가중 해소…중고차 가격 인상은 불가피

(사진제공=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진제공=소비자주권시민회의)

그동안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찬성해 온 소비자단체는 환영 입장을 냈다. 18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논평을 통해 “그동안 완성차업계와 중고차 업계 간의 이해득실로 결정이 미뤄지면서 중고차시장의 혼란과 소비자들의 피해만 가중됐다”며 “이번 결정이 소비자피해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고차 업계는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하고, 결정에 반대해 논란을 부추기기보다는 제도 시행에 따른 추가적인 보완 사항을 논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완성차업계의 시장 진출로 중고차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바라봤다. 단체는 “완성차 업계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바탕으로 신차판매를 위해 중고차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거나, 상태가 좋은 중고차만을 대량 매집해 가격을 좌우하는 행위 등을 삼가야 한다”고 전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그동안 생계형 적합업종 해제 후 2020년부터 소비자 후생 증진 관점에서 완성차업계 진출을 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주장해왔다”며 “소비자 후생을 위해 두 업계가 평행선 달리지 말고 노력해 소비자 보호해달라”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중고차의 기술검증과 성능검사 등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완성차 업계가 들어오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향후 두 업계 간 갈등이 심화할 수도 있어 정부부처가 나서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고차업계, 가격인상·소비자 후생 악영향…21일 긴급총회 열고 대규모 시위 계획

▲2월 25일 오전 국회 앞에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원들이 현대기아차 중고차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월 25일 오전 국회 앞에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원들이 현대기아차 중고차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반대해 온 중고차 업계는 망연자실한 입장을 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들어오면 독점할 우려가 생기고, 기존 업계 소상공인의 피해를 주고 가격도 상승해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진출하면 차량 매집에 제한이 없어서 무사고 차량이 가장 선호되는 중고차 시장에서 독점할 것이 뻔하다”며 “결국 영세 종사들은 말살되고 고객피해도 가중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차는 완성차 업체가 판매하고 상대적으로 나쁜 중고차량은 우리에게 줘 시장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중기부와 심의위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외면한 결정을 내린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심의위 결정에 따라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오는 21일 긴급총회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안병열 서울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은 “중고차 시장이 땅이 200평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는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차 등 대기업에서 들어오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소상공인들 먹고사는데 구멍가게까지 다 잡아먹겠다는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안 이사장은 “잘못된 결정이기 때문에 향후 새 정부에서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며 “이번 결정을 그냥 절대 안 넘어 갈 것이고 향후 현대차 울산공장이나 서울 양재동 대규모 시위 계획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힘겨루기 지속 사업조정 마무리 필요…소비자 구매는 연말쯤 돼야

심의위 결정에도 두 업계 간 힘겨루기가 지속할 전망이어서 소비자들의 완성차업계 중고차 구매는 연말쯤 가능할 예정이다.

중고차 업계는 지난 1월 중기중앙회에 현대차와 기아를 대상으로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심의위도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기부의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적정한 조치를 취하라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결국, 실제 소비자가 완성차 업체를 통해 중고차를 거래하는 건 사업조정이 마무리된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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