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로 예정됐던 첫 회동이 무산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간의 만남이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있다"며 회동 의지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이명박(MB) 전 대통령 특별사면과 공공기관 인사권 등을 놓고 충돌하며 16일로 예정됐던 오찬 회동을 4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를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빠른 시일 내에 격의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표현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전날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계획에 대해 일제시대에 비유하고 "안 쓸 거면 우리가 쓰면 안되냐"고 말해 논란이 커진 것에 대한 질책과 경고의 의미로 읽힌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청와대 직원들에게 당선인 측 공약이나 정책,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SNS 혹은 언론을 통해 개인적 의견을 언급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윤 당선인측도 일정 조율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주말 양측이 전격 회동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동 없이 대치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양측 모두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주말을 넘어가면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간 회동에 걸린 시간이 기존 최장 기간인 9일을 넘어 기록 갱신 행진이 시작된다. 이 경우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부 이양에 협조하지 않고 버티는 '진상' 비춰질 우려가 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도 아직 임기가 남은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는 '점령군' 이미지가 강화될 수 있다.
양측이 협상 의지를 가진데다 문 대통령이 '빠른 시일내'를 주문한 만큼 실무협의를 맡은 이철희 대통령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의 조율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의 빡빡한 일정이 18일 이후에는 다소 숨통을 튼다는 점도 주말회동이 점쳐지는 이유다. 윤 당선인측은 지난 17일까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작업에 매진한데 이어 18일에는 인수위 현판식, 집무실 후보지 현장 답사 등 숨가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현안들이 가닥을 잡은 뒤인 주말에나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윤 당선자측이 상견례 보다는 실무적 회담 성격의 만남을 원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의제 설정을 원하는 윤 당선인측과 달리 주제 없는 대화를 원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율이 필요없다'는 말의 의미가 실무협의와 상관없이 만나자는 것인지, 아니면 실무협의를 빨리 해달라는 취지인지에 대해 "양쪽 다 해당될 것 같다"고 말했다.
회동의 조기 성사여부는 이제 윤 당선자의 결심에 달렸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실무협의와 무관하게 언제든 만나자는 의사를 밝히며 공을 넘긴 만큼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윤 당선자의 몫이 됐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