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신규 화력발전소 수압 시험해 회사에 손해…권고사직 정당"

입력 2022-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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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소 (이미지투데이)
▲화력발전소 (이미지투데이)

통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신규 화력발전소 내 수압시험을 시행해 누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직원을 권고사직 한 조치는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A 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사는 2016년 11월~2017년 10월 모로코 화력발전소 건설 공사 현장소장으로 B 씨를 파견했다.

B 씨는 A 사의 추기 계통에 대한 수압시험이 계약상 의무이고, 공사가 지연될 수 있다고 판단해 2017년 7월 급수가열기와 추기계통이 연결된 상태로 수압시험을 실시했다. 당시 수압시험에서는 합격 판정이 내려졌다.

급수가열기는 발전소 내 증기 사이클 효율을 개선하고, 급수를 연화시켜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추기 계통 수압시험을 시행할 때 급수가열기를 연결한 상태에서 둘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B 씨는 해당 공사현장 외의 다른 화력발전소 공사현장에서는 급수가열기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기 계통에 대해서만 수압시험을 시행했다.

B 씨는 수압시험 시행 후 담당자에게 세정작업 등 사후보존·유지관리 조치를 지시했다. 하지만 복잡한 추기계통의 구조상 이같은 조치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B 씨는 이 사정을 몰랐고 조치가 이뤄졌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2017년 11월부터 화력발전기 1호기의 시험 운전이 시작됐는데 같은 해 12월 고압급수가열기의 튜브에서 누수가 발견됐다. 2018년 2월 이에 대해 사용 불가 판정이 내려져 3대의 고압급수가열기를 재설치하고 공사가 181일 지연돼 A 사는 2000억 원을 초과하는 손해를 입었다.

A 사는 C 사와의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었는데 화력발전소의 손실 여파로 무산됐다. 이에 2019년 A 사는 B 씨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서 권고사직 처분을 내렸다.

B 씨는 "수압시험 절차서에 고압급수가열기를 포함해 수압시험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징계가 과도하다고 판단했고 A 사는 재심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재판부는 "B 씨가 사후보존·유지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며 "애초에 그와 같은 방식으로 수압시험을 진행해서는 안 됐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B 씨의 비위행위로 A 사가 2000억 원의 손해를 보고 이로 인해 회사 매각이 무산됐다"며 "B 씨가 A 사에 발생한 손해를 변상·경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B 씨에 대한 징계가 A 사의 상벌 기준과 징계양정 기준에 부합한다"며 "현장소장으로 막중한 권한을 가졌던 B 씨가 실무 담당자들보다 무거운 징계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징계의 형평성을 잃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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