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바보야, 문제는 부동산이야"

입력 2022-03-21 06:00 수정 2022-03-2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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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된 지 열흘가량이 지났다. 그는 당선인 신분으로 남대문시장을 처음 찾았고 경북 울진 산불 피해 현장을 다녔다. 최근에는 목욕탕도 갔다고 한다. 또 당선되자마자 청와대를 들어가지 않겠다며 용산 이전을 추진해 논란을 만들었다. 수일째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인근 식당에서 오찬을 하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윤 당선인의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가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정부를 떠올린다.

주지하다시피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에 힘들게나마 성공한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 때문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현 정부에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두 배 넘게 올랐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지인의 하소연을 들었다. 김포에 전세를 살고 있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1억 원을 올려달라고 전화가 왔단다. 그러면서 임대차3법은 알고 있는데 5% 인상할 바에야 처형한테 집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처형은 아마 입주할 거라고. 지인은 반협박으로 들렸다고 한다. 최근에 아이가 인근 유치원에 당첨이 돼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아예 못 들어가게 됐다는 푸념도 들었다. 지인에 따르면 김포시가 2020년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안 돼 가격이 쌌지만, 지금은 집값도 크게 올랐고 전셋값도 급등해서 자기와 같은 처지의 임차인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시에 사는 또 다른 지인은 집값 폭등에 열 받아서 윤석열 당선인을 찍었는데 생각해보니 정부가 대출규제를 완화해봤자 집값 자체가 너무 비싼 상태에서 이자 부담에 분양을 받지도 못할 처지라고 한다.

지금 이런 임차인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물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이런 현상을 만든 측면도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지금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기 싸움하고 목욕탕에 갈 시간은 아니다. 남대문과 울진은 논외로 하더라도 세 번째 방문지로는 전셋값에 등골이 휘고 있는 임차인들을 찾아갔어야 한다.

물론 집값 안정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게 양도소득세를 낮춰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고 주택 공급도 재건축·리모델링 규제 완화 등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그널을 빨리 줘서 집값 안정을 앞당길 수는 있다. 규제 완화를 예상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잠그면서 거래가 크게 줄었고 집값은 소폭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나서서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낮춰줄 테니 집을 팔라고 하면 어떨까.

지난해 껑충 뛴 집값에 종부세가 크게 늘면서 다주택자들의 반발이 컸다. 당시 여당과 정부는 종부세 대상자가 국민의 2%만 해당한다고 해명했고 야당은 국민 2%는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결국, 여론전에서는 야당이 이겼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반면 40년간 자가소유율과 자가점유율은 60% 내외에 정체돼 있다. 2%보다 훨씬 많은 국민 40%는 대출 규제를 풀어줘도 공급을 늘려도 내 집 마련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국민 40%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큰 상황에서 인수위에 부동산전문가도 없다니 이해가 안 된다. 차기 정부의 정책 1순위는 부동산, 집값 안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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