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 대통령’ 시대, 소통과 탈권위가 본질이다

입력 2022-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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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 후 20일 첫 기자회견을 갖고, 우선적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장소를 용산 국방부 청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선인은 “국가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으로,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당초 약속했던 광화문으로의 이전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 결과 공간 부족과 최소한의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심각하고, 청와대 시설의 일부 사용이 불가피해 어려운 문제임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청와대는 임기가 시작되는 5월 10일 개방해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인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에는 국가안보 지휘시설이 구비돼 있고, 경호에 따른 시민 불편도 최소화할 수 있다. 청와대에서 나오는 데 매달려 대통령실 이전이 너무 성급히 추진되고 있고, 군 지휘부의 대규모 인력과 시설이 옮겨지는 데 따른 안보 공백의 우려 등에 대한 논란이 없지 않다. 그러나 당선인은 “절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확고한 집무실 이전의 의지를 보였다. 당선인 구상은 집무실 가까이 비서진의 업무공간과 민관합동위원회, 기자실 등을 배치해 수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구조다. 다만 국방부가 합참 청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만에 하나 안보 차질과 군사 대비태세의 허점이 조금이라도 빚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상징성과 의미는 매우 크다. 지금 청와대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권위적 공간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로 인해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낳고, 민심과 괴리된 비서실 중심의 독단적 국정운영에 정부의 일선 부처들이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의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수많은 부작용을 키웠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것은 불통과 권위를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당선인이 비서실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책임장관 중심의 국정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비판하면서 발목을 잡고 나서는 행태는 볼썽사납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에서 ‘광화문 대통령’을 약속하고 청와대 이전을 추진했다가 취임 1년 만에 없던 일로 되돌렸다. 경호·보안·비용 등의 문제를 들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하지 못한 일이라고 다음 대통령이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집무실의 물리적 공간 이동이 아니라 진정 국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심리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느냐에 있다. 당선인 측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용산이 최선은 아닐 수 있지만,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소통과 탈권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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