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주총회, 2년 만의 표 대결…KCGI 주주제안 미풍에 그치나

입력 2022-03-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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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측 지분, 36.49%로 조 회장 측(32.08%)에 앞서지만…산업은행, 경영권 위협 상황 원치 않을 듯

▲서울 중구 한진빌딩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연합뉴스)

올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 측과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2년 만에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KCGI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과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하면서다. KCGI 측이 조 회장 측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이 주요 주주로 합류하며 조 회장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KCGI는 △이사 자격 강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전자투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단독 주주제안을 한진칼에 했다. 이 주주제안은 오는 23일 예정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총회의 소집절차와 결의방법의 적법성을 따지기 위해 법원에 검사인 선임도 신청했다.

KCGI의 주주제안은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 실형의 확정판결을 받은 인물이 이사가 될 수 없도록 이사의 자격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 물의를 빚은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놓고 "과거 후진적인 지배구조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직격하며 조 사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내비쳤다.

KCGI가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한 건 극심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2020년 주총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당시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결성해 조원태 회장 해임을 시도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2020년 3월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한진칼 제7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한진그룹)
▲2020년 3월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한진칼 제7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한진그룹)

이번에도 KCGI의 주주제안은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주 구성만 놓고 보면 KCGI 측의 지분이 조 회장 우호 지분보다 크지만, 2년 전과 달리 반도건설과 공식적인 연합을 형성하지 않았고 산업은행까지 새로운 주주로 합류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한진칼에서 옛 ‘3자 연합’ 측이 보유한 지분은 △그레이스홀딩스(KCGI) 17.41% △대호개발(반도건설) 17.02% △조현아 전 부사장 2.06% 등 36.49%에 달한다.

반면 조원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18.87% △델타항공 13.21% 등 32.08%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미주 노선을 공유하는 사업파트너로,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지분을 최대한으로 늘리며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자처했다.

가장 큰 변수는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입해 지분 10.58%를 확보한 상태다. 조 회장 측이 KCGI 측보다 지분율에서 밀리지만, 산은이 조 회장 편에 서면 지분 구조는 42.66%로 KCGI에 앞선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으로 대형항공사(FSC) 합병이 7부 능선을 넘은 상황에서 산은이 지주사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KCGI의 이번 주주제안은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한항공 보잉787-9 항공기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787-9 항공기 (사진제공=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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