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하는 글로벌 공급망...中企업계 "정책자금 지원·대체처 발굴 절실"

입력 2022-03-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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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급변에 준비된 중기 10곳 중 2곳...7곳이 대응 채비 안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최근 진행한 '중소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 대응 동향' 조사 중 '업종별 글로벌 공급망 변화 체감도'.(자료제공=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최근 진행한 '중소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 대응 동향' 조사 중 '업종별 글로벌 공급망 변화 체감도'.(자료제공=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박 철부품을 제조하는 A 중소기업은 지난해 철강 원자재 가격이 2배이상 급등해 원자재 수급 및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치솟은 원자재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A기업은 결국 지난해 하반기 납품단가 가격을 올렸지만 원가상승 대비 약 30% 수준에 그쳐 수익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물류난 등으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질이 약한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리스크가 기업 존폐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정책금융 확대와 대체처 발굴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1일 중소벤처진흥공단이 최근 진행한 ‘중소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 대응 동향’ 조사에 따르면 기업 300곳 중 79.6%는 공급망 변화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글로벌 원유 가격은 지난달 기준 배럴당 92.3달러로 1년전 대비 51% 상승했다. 알루미늄은 지난달 톤당 3261달러로 1년전 대비 57% 급등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유가는 100달러 안팎까지 치솟았고, 알루미늄 가격은 34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이처럼 급등하면 가격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이같은 상승분은 비용에 반영하지 못해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공급망 변화에 가장 민감한 업종은 전기·전자업계였다. 무려 78.3%가 최근 변화에 대해 높은 체감도를 보였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기술 품목을 대상으로 미국, EU 등 주요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기조를 이어간 영향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특히 매출액과 업력이 높을수록 공급망 변화를 실감하는 것으로 중진공은 파악했다.

이같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생산 단계는 원자재 수급 단계(53.3%)였다. 부품 등 중간재 조달 단계 27.0%, 최종 납품단계 10.9%, 생산단계 8.8%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이같은 이유로 최근 경영에서 원자재 수급 애로(50.0%)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문제는 대응 여력이다. 계속되는 공급난에 대해 ‘준비가 됐거나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69.0%는 공급망 대응과 관련한 준비 계획을 갖추지 않았다. 10곳 중 7곳이 공급망 변화에 아무런 채비가 안 돼있다는 얘기다. 원자재 주요 수입국 의존도가 높은 식품(50.0%)·섬유(44.4%)·금속(43.8%)·화공(42.9%)업계의 중소기업들은 수급과 생산의 어려움이 기업 생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대두된다.

기업들은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원부자재 구입과 재고 확보를 위한 정책자금(32.3%), 생산설비 확충을 위한 정책자금(15.6%)을 가장 필요한 지원책으로 꼽았다. 이어 대체 조달처 발굴(15.3%), 핵심 원자재 비축 확대(12.7%)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중진공 정책연구실 관계자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대상으로 국가별 대체 조달처 DB를 구축하고, 대체 수입처 발굴, 생산 거점 시장 조사 등 공급망 대응 특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핵심 부품·소재 분야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한 국산화와 국내 생산 기반 구축으로 대외 의존도를 낮춰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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