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남ㆍ동부 영토 확보
우크라 중립국 지위 관철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속도전에 실패한 이후 ‘플랜B’로 전환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영토를 확보하고 중립국 지위를 관철시키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를 위해 주요 도시를 포위하고, 민간인을 겨냥 무차별 포격을 가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궁지로 몰겠다는 심산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애초 우크라이나 침공 후 수도 키이우를 빠르게 점령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권을 몰아낼 계획이었다. 친서방 노선을 노골화한 ‘눈엣가시’ 젤렌스키 대통령을 축출하고 친러 세력으로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푸틴의 계획은 우크라이나군의 결사항전에 부딪혀 실패로 돌아갔다. 서방사회로부터 ‘탱크 잡는’ 무기들을 대폭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로 진격하려는 러시아 기갑부대의 발을 묶어버리는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주가 지난 가운데 푸틴이 전술을 수정했음이 포착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푸틴이 키이우 점령과 젤렌스키 축출 대신 우크라이나 남·동부 영토 확보와 중립국 지위 관철로 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돈바스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 서부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상로’를 확보하고 돈바스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민간인 무차별 공격
몇 주 혹은 몇 달 공격 계속될 수도
또한 푸틴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에 합류하는 것을 단념하고 중립국 지위를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주요 도시를 포위하고 민간인을 겨냥해 공격을 퍼붓는 전술로 전환했다. 러시아군은 16일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주민 1000명 이상이 대피해 있던 극장 건물을 공격한 데 이어 이날도 주민 400여 명이 대피한 예술학교 건물을 폭격했다. 러시아군의 집중 폭격으로 도시가 황폐해져 4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음식과 물도 없이 갇혀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러시아가 포위 전략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술 변경은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미사일과 박격포 공격이 계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만일 영토 확보와 중립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병력이 점령한 모든 지역에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니엘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는 “푸틴의 목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변한 것은 전술일 뿐”이라고 말했다.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도 “러시아군의 전술이 변했지만 요구사항을 양보할 뜻은 전혀 없어 보인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하는 주된 목적은 러시아인들에게 푸틴이 외교에 열려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제안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