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칼이 된 한 줄의 리뷰, 아웃백을 베다

입력 2022-03-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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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을 전자레인지에...”

시작은 단 한 줄이었다. ‘bhc가 인수한 아웃백 근황’ 이란 제목으로 온라인커뮤니티에 오른 이 글은 26년(한국 영업) 간 차곡차곡 쌓아온 아웃백의 명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회사는 해명했다. 반박 리뷰도 쏟아졌다. 하지만 귀 담아 듣는 이는 없었다. ‘추억 속 부시맨(브레드)’이 사라졌다는 상실감에 일부 고객은 불매 운동까지 벌였다.

사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진실이 드러났다. 범인은 최근 3년간 아웃백에 가본 적 없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었다. 이유는 없었다. 3000명 직원 사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제2 전성기’를 노리던 회사를 난도질한 건 그저 장난이었다.

그나마 아웃백처럼 범인은 잡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영세 상인들은 얼굴을 숨기고 의도적으로 낮은 평점을 주는 소위 ‘별점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사당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50대 사장은 고객의 악성 리뷰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재작년에는 ‘공짜 짬뽕’을 주지 않았다는 고객의 진상에 중국집 사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안 매운 마라탕을 주문하고 ‘맵다’라는 이유로 별점 1점을 준 고객, 식당에 500㎖ 생수 24병만 시키고 ‘싱겁다’라는 후기를 남긴 고객. 그야말로 욕이 절로 나는 상황들이지만 사장님들은 울분을 삼키고 ‘고객님 속상하셨죠’란 댓글을 달았다.

별점이 매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2020년 BC카드와 여기어때가 이태원과 한남동의 망고플레이트 가맹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별점이 4점대인 식당의 평균 매출액은 1080만 원이었다. 3점(1053만 원)까지는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2점인 식당은 매출이 655만 원에 불과했다. 별점 1점에 매출 40%가 날아간 셈이다. 리뷰 개수도 영향을 미쳤다. 리뷰가 200건 이상이면 매출액이 1897만 원에 달했지만, 10건 미만의 가게들은 574만 원밖에 벌지 못했다.

곱씹어 보면 예전 진상 고객들은 “3인분 같은 2인분”, “우리 사이에 외상 좀 해줘”가 다였다. 그만 내쫓으면 장사에 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고객들은 소셜미디어(SNS)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 속에서 일부 고객들은 별점과 리뷰를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권력 수단으로 여긴다. 소통의 방식으로 보기에는 폭압적이고, 일방적이다. 고객이 왕인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신(新) 권력 체계 속에서 영세 상인들은 여전히 ‘별점의 노예’로 살고 있다. 다행인 건 지난해 리뷰 실명제 등 업주 보호를 담은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는 점이다. 얼굴 없는 자객들이 휘두르는 난도질로부터 ‘제2의 아웃백’, ‘제 2의 새우튀김 사장님’을 지키려면 이제라도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사실, 지금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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