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밑거름…‘문화 대통령’ 서태지, 데뷔 30주년

입력 2022-03-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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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통령’ 서태지가 23일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그는 대중문화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며 한국 연예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선한 노래를 선보이면서도 음악을 사회 문제로 확장해,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했다.

서태지는 1992년 3월 23일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밴드 시나위의 베이시스트 출신인 서태지는 양현석, 이주노와 함께 댄스그룹으로 노래 ‘난 알아요’를 발표했다.

‘난 알아요’는 발라드와 트로트가 중심이었던 한국 가요계를 단숨에 바꿔놨다. 낯설었던 힙합 장르를 통해 랩의 대중화를 주도했고, 댄스 중심 음악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난 알아요. 이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나를 떠나 버려야 한다는 그 사실을 그 이유를 이제는 나도 알 수가 알 수가 있어요” 라는 가사로 랩을 내뱉고, ‘회오리춤’이라는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였다. 팔을 쭉쭉 뻗는 독특한 안무와 생소했던 랩이 어우러진 이 노래에 10대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난 알아요’를 작사, 작곡, 편곡까지 홀로 해낸 서태지의 등장은 대중문화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열풍은 계속 이어졌다. 곡 전체가 랩으로 짜인 ‘환상 속의 그대’를 발표하면서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음악 뿐만 아니라 통이 넓은 바지, 헐렁한 티셔츠 등 파격적인 힙합 패션의 유행을 선도하며 사회 전반에 파급력을 넓혀갔다. 이들은 데뷔 첫해 주요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사진제공=서태지 컴퍼니)
(사진제공=서태지 컴퍼니)

이후에도 서태지는 발표하는 음반마다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들고 나왔다. ‘하여가’, ‘발해를 꿈꾸며’, ‘교실 이데아’, ‘필승’, ‘컴백홈’, ‘시대유감’ 등 곡들로 메가 히트를 쳤다.

그러다 4년 만인 1996년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1992년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6년 1월 31일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서태지는 새로운 앨범을 만드는 작업을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의 연속”이라고 표현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향한 서태지는 약 2년 6개월 만에 솔로 가수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1998년 7월 ‘테이크 파이브(Take Five)' 등 본격적인 얼터너티브 록 음악을 선보였다. 그 다음 앨범 ‘서태지 6(Seotaiji Ⅵ)'에는 붉은 레게 머리를 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울트라맨이야’와 ‘인터넷 전쟁’등의 곡을 내놨다. 댄스가 아닌 록 음악을 선보이며 비주류 음악의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다.

서태지는 2014년까지 꾸준히 앨범을 내며 활발히 활동했다. 2014년 9집에선 아이유와 함께한 ‘소격동’을 선공개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소격동은 서태지가 어린 시절 살았던 곳으로, 전두환 정권 시절 대학생을 강제 징집해 정신교육을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그는 당시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비췄다.

서태지 등장 이후 가요계 중심은 댄스 음악으로 옮겨갔고, 이는 K팝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서태지는 2017년 25주년 콘서트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에게 “이제는 너희의 시대”라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2014년 이후 음반을 내지 않고 있는 서태지는 2017년 공연을 끝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SNS를 통해 “25주년 공연 무대에서 ‘우리 30주년에 또 만날까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때는 당연히 10집도 나오고 30주년 공연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늦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도 새 음반이나 공연 소식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그럼에도 30주년을 맞은 서태지가 올해 안에 새 프로젝트를 선보일지에 대해 가요계는 물론 많은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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