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비적정’ 기업 속출…매년 ‘폭탄 돌리기’에 속 타는 개미들

입력 2022-03-23 12:36 수정 2022-03-2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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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로서는 의견 거절을 예측할 방법이 없어 속이 타들어 간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중 감사의견을 거절당하거나 한정의견을 받아 새롭게 거래 정지된 기업은 피에이치씨, 지티웰지니스, 휴센텍, 에스맥, 휴먼엔, 선도전기, 지나인제약, 베스파 등 1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휴센텍은 앞서 경영진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며 거래가 정지됐고, 베스파는 지난달 내부 결산 시점에 상장폐지 사유가 불거짐에 따라 거래가 중단됐다.

외부 감사인은 베스파가 지난해 영업손실 372억 원, 당기순손실 553억 원이 발생함에 따라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제기 된다고 설명했다.

지나인제약은 원리금 상환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경영진이 서면진술인 경영자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부정적 이슈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외부 감사인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외 상장사들은 감사의견 비적정을 점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감사의견 거절 사유는 대부분 감사 증거를 제공받지 못해서다.

에스맥은 바른전자에 투자한 170억 원에 대한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해 ‘한정’의견을 받았다. 선도전기는 재무제표 적정성에 대한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 휴먼엔은 자금 출금 절차의 흠결과 법인인감 사용 통제 미비 등으로 부채 확인이 어렵다고 봤다.

사실상 개인 투자자가 확인할 수 없는 사유란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무상태ㆍ경영실적 악화와 대여금 등 회사 외부 자금 유출이 많은 기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유 주식이 거래정지된 한 개인 투자자는 “기업 전망이 밝다는 뉴스를 보고 주식을 샀는데 무척 당황스럽다”며 “거래 정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어서 더 무섭다”고 전했다.

거래 정지 시점도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상장사는 비적정 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거래가 정지되지만, 일부 기업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를 통해 감사의견 거절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내부결산 시점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며 거래가 정지됐다.

기업 재무 담당자들은 신 외감법과 지정감사제 도입 이후 감사 난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한 기업 담당자는 “외부 감사인의 요구 사항이 자꾸 늘어난다”며 “지난해 자기들이 보고 넘어간 부분까지 다시 지적한 경우도 있었다. 지정감사제 도입 후 더 많이 깐깐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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