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빈곤국, 코로나19·우크라이나 전쟁 ‘이중고’에 최악의 경제난

입력 2022-03-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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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생 후 식용유, 곡물, 유제품 등 가격 가파른 상승
최대 곡창지대 우크라이나 전쟁에 식량난 악화
케냐 빵 가격 40% 폭등, 이라크 ‘굶주림의 혁명’ 시위
WB “코로나보다 회복 어려운 우크라 사태가 더 문제”

▲사진은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지난해 5월 9일 주민들이 음식을 기부받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티그라이/AP뉴시스
▲사진은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지난해 5월 9일 주민들이 음식을 기부받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티그라이/AP뉴시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 세계 빈곤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겪는 이중고에 처했다. 사태 해결이 좀처럼 쉽지 않은 가운데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빠졌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를 인용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올해 2월까지 전 세계 주요 상품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FAO에 따르면 이 기간 식용유 가격은 46% 상승했고 곡물은 30%, 유제품과 설탕은 각각 26%, 2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식량과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빈곤국들은 상황이 심각하다. 케냐 일부 지역에선 빵 가격이 40% 폭등했고 브라질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는 이달 휘발유 도매가를 19% 인상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정부가 식용유에 대한 가격 통제를 시행했고 이집트 정부는 빵을 조달하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2123억 원) 상당의 지원책을 풀었다.

터키에선 해바라기유 가격이 치솟자 소비자들이 마트에 몰리면서 한때 공황 상태에 빠졌고, 이라크에선 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일명 ‘굶주림의 혁명’ 시위를 벌이는 등 곳곳에서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주요 식품 가격은 코로나19 발생 후 공급망 불안에 급등한 데 이어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따른 불안감이 더해져 고공행진이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 이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밀 공급분의 30% 이상을 수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입국 대부분이 빈곤국이다. 또 전 세계 곡물 수출분 3분의 1과 해바라기유 공급의 52%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담당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특히 코로나19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빈곤국 경제에 더 극심한 고통을 안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더미트 길 WB 부총재는 “우크라이나 갈등이 계속된다면 코로나19 위기보다 그 영향은 더 클 것”이라며 “코로나19 봉쇄는 인위적인 정책 결정이어서 되돌릴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는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길 부총재는 “올해 말까지 대부분의 선진국 생산량은 전염병 이전 수준에 도달할 것이지만,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내년 말까지 4% 모자랄 것으로 전망한다”며 “개도국의 부채 수준이 50년 만에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터키 같이 이미 경제 전망이 저조한 국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반 토막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져올 파급 효과를 경계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1973년 소련의 농작물 악황 이후 세계 곡물 시장에 가장 큰 혼란을 일으키고, 석유 시장에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가장 큰 혼란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현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상당히 의존적인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아민 살람 레바논 경제부 장관은 “국내 밀 공급분은 한 달 치만 남았고 국가 경제 위기로 인해 전체 가구의 약 4분의 1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 많은 밀을 조달하기 위해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들에 손을 내밀고 있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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