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코로나19 방역정책 방향 중 하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국민 항체양성률 조사 방침을 밝힌 가운데, 2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의료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과학적 방역을 추진하겠다면서 “일반 국민 대상으로 항체양성률을 정기적으로 조사해서 방역 정책에 반영하는게 과학적으로 좋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 대상으로 여론조사 식으로 샘플링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한 데다 백신접종률도 높은 현 시점에서 단순 항체양성률 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채승 고려대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항체양성률 검사를 하면 거의 대부분 양성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새로운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모 대학병원 진단검사의학과 A 교수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었고 감염자수를 1500만명 가량으로 추산하는 견해도 있다. 백신접종률도 높은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042만7247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20% 가량에 달한다. 백신접종 인원은 2차 접종완료자 기준 4446만3740명이다.
단순한 전국민 항체양성률 조사로는 유의미한 것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견해다. 지난해 확진자수가 적고 백신접종률이 낮았던 시기에는 항체양성률 조사가 방역정책과 백신접종 등에 반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임 교수는 “에피데믹(유행병) 일 때 조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금은 엔데믹(풍토병) 상황이다. 전 세계에서 감기처럼 걸리는 상황에서 항체양성률이 80~90%까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항체양성률 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분석 연구가 수반된다면 관련 자료를 근거로 한 방역정책 수립, 추가적인 백신접종 판단 등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보다 구체적으로 왜 조사를 하는지 세부 방법을 확정해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전국민 항체양성률 조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해 분석하면 실제 확진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해당 분석 정보를 활용해 방역정책 결정 방향성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도 “과거에 비해 항체보유율이 높아진 것을 연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사라면 의미가 있다”는 의견을 더했다.
효과적인 방역과 치료 전략 대안으로 전국민 대상이 아닌 지역별 랜덤샘플링 방식 항체양성률 조사, 고위험군 대상 조사라는 의견도 나왔다. A 교수는 “높은 백신접종률과 확진자 급증으로 지금은 일반 국민들보다는 고위험군 대상 맞춤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고위험군 대상의 항체양성률 파악이 방역정책 마련에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지금은 실제 (발표된) 감염자수보다 확진자가 더 많다고 보고 있다. 단순 조사가 아니라 정책에 반영할만한 구체적인 연구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인수위의 전국민 항체양성률 조사 방침과 관련 23일 브리핑에서 “향후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상세하게 내용을 설명드리고, 성실하게 협의하면서 내용들이 논의가 될 것”이라며 인수위 보고·협의 사항에 대해 자세히 알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