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만큼 거둔다…10대 제약사 R&D 투자 더 늘렸다

입력 2022-03-23 16:05 수정 2022-03-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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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중앙연구소 (사진제공=유한양행)
▲유한양행중앙연구소 (사진제공=유한양행)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지난해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며 적극적인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줬다.

이투데이가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2021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상위 10대 제약·바이오기업은 R&D 투자에 총 1조5023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 7곳이 연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으며, 8곳이 전년보다 금액을 늘렸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R&D 투자도 확대

R&D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지난해 매출 1조9116억 원을 올린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3980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 전년과 똑같이 매출의 20.8%를 썼다. 이는 10대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금액과 매출 대비 비중 모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R&D 역량 강화를 위해 연간 매출액 대비 20% 내외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 항체의약품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셀트리온은 R&D 역량을 집약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개발에 성공,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9월)와 유럽연합집행위원회(11월)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그러나 렉키로나가 오미크론 변이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렉키로나와 항체치료제 후보물질 'CT-P63'을 결합한 흡입형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도 약물재창출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을 개발하면서 R&D 비용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지난해 1조3436억 원의 매출을 올린 종근당은 연구개발비로 1635억 원(12.2%)을 투자, 전년(11.5%)보다 비중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영업이익은 967억 원으로 22.0%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나파벨탄이 8개국에서 임상에 들어가는 등 신약의 글로벌 임상이 증가했다"며 "당분간 연구개발에 집중해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매출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美 FDA 승인 가시권 들며 비용 효율화

그동안 R&D에 꾸준히 투자한 전통 제약사들은 올해 신약 개발의 결실이 무르익었다.

업계 터줏대감 유한양행은 지난해 1783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매출(1조6878억 원)의 10.6% 규모다.

유한양행의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가능성이 기대되는 신약이다. 올해 6월로 예정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얀센의 '아미반타맙'과의 병용 임상 3상 관련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으로, 업계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점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월 국산 31호 신약으로 조건부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 렉라자는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내다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의 낭보를 기다리고 있는 한미약품은 지난해 R&D에 1325억 원을 투자했다. 2000억 원에 육박했던 2020년에 비해 600억 원 이상 감소한 규모로, 보유 파이프라인의 상업화가 가시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여러 파트너사와 공동개발하던 임상들이 마무리돼가면서 기존에 투자한 대규모 R&D 투자 금액이 효율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의 파트너사 스펙트럼은 최근 FDA에 롤론티스의 생물의약품허가(BLA)를 재신청했다. FDA는 롤론티스 원료를 생산하는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 대한 실사를 포함해 앞으로 6개월에 걸쳐 이를 심사할 예정이다.

스펙트럼은 지난해 12월 '포지오티닙'의 신약허가신청(NDA)도 FDA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주요 파이프라인 2종의 FDA 허가 결과가 모두 연내 판가름난다.

벌어들인 만큼 투자…미래 성장동력 확보

지난해에도 연매출 1조5000억 원 돌파에 성공한 GC녹십자는 해마다 R&D 투자에 공들이고 있다. 매출의 11.2%에 달하는 1723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 전년(1599억 원)보다 비중을 확대했다.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ALYGLO)'(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는 최근 FDA의 검토완료서한(CRL)을 받으면서 미국 허가 일정이 연기됐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오창공장의 현장 실사를 하지 못한 탓이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81억 달러(약 9조6000억 원) 규모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약가는 국내보다 4~5배 높게 형성돼 있다.

대웅제약은 연구개발비를 2020년 1435억 원에서 2021년 1759억 원으로 3000억 원 이상 늘렸다. 10위권 내의 전통 제약사 가운데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16.7%로 가장 높았다.

대웅제약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정'은 지난해 말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중남미, 중동 등에서 1조1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펙수클루정, 펙수프라잔 주사제, 이나보글리플로진 등 과제별 개발 진척 및 후기 임상단계 진입으로 연구개발비가 증가했다"면서 "올해도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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