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을 ‘불구경’하는 이유

입력 2022-03-23 16:31 수정 2022-03-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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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쇼핑몰의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쇼핑몰의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중국, 러시아 움직일 영향력 있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주요국이 적극 대응에 나선 가운데 ‘나홀로’ 불구경을 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서방의 지속된 요구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 않는다. 말로는 러시아 편을 들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뒷짐지고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지 약 한 달이 흘렀다. 상황은 악화일로다. 우크라이나 수도를 빠르게 점령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축출하려던 당초 계획이 실패하자 ‘약이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요 도시를 포위한 채 민간인을 겨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다.

초강수 대러 제재를 쏟아낸 서방사회는 중국에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대러 제재 동참은 둘째치고, 최소한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할 수 있도록 설득이라도 하라는 요구다.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중국은 정치·경제·외교적으로 러시아를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친강 주미 중국 대사는 미 CBS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길 거부하는가”라는 질문에 “순진하게 굴지 말라”며 “비난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를 비난하는 대신 중국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무엇인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중국은 평화적 해법을 원한다면서도 러시아를 향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촉구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푸틴과 전화통화를 했다. 이후 대화를 나눴는지 불분명하다. 시 주석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최고경영자(CEO) 분기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최고경영자(CEO) 분기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러시아 편들면서도 움직임은 없어"

한편 러시아를 입으로 편들면서도 뚜렷한 지원 움직임은 또 없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군사 및 경제 지원 요청에 응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가를 경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에 나선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상정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 표결 당시 기권했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기권한 3개국 중 하나였다. 당시 결의안은 러시아의 비토로 채택이 불발됐는데 중국은 거부권을 지닌 상임이사회 5개국에 속해 있다.

당시 중국이 거부권이 아닌 기권을 택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후 중국은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편들어줬다.

유엔 최고 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주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중국인 재판관은 러시아 재판관과 함께 군사작전 중단을 촉구하는 판결에 반대 의견을 냈다.

중국은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도, 러시아를 비난하지도, 그렇다고 지원하지도 않으면서 양측을 자극하는 일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그야말로 뒷짐을 지고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2월 4일 동계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기념촬영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2월 4일 동계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기념촬영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서방과 러시아, 양측 힘 모두 빠지길 기다릴 수도"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아 한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와의 돈독한 관계가 자원, 기술, 교역 측면에서 그 자체로도 이점이 있고 미국에 맞설 전략적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유엔 주재 싱가포르 대사를 지낸 빌라하리 카우시칸은 “현재 국제 질서에 대한 불신을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러시아만한 국가가 중국에는 없다”며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하거나 푸틴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어떤 방식으로든 양보를 하는 모양새는 잠재적 경쟁자인 미국과 동맹에 힘을 실어주는 일인 만큼 중국으로서는 더더욱 내키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서방과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방관할 만큼 여유롭지는 않다. 서방사회가 러시아에 어떻게 제재 철퇴를 내리는지 지켜본 상태다. 올해 가을 열리는 20기 1중전회에서 3연임을 노리는 시 주석에게 안정적인 경제성장은 최대 과제다. 가뜩이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5.5%로, 1991년 이후 최저치인 상황에서 서방과 척을 지기 쉽지 않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불구경하면서 양측의 힘이 모두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외교안보 관련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전쟁 종식이 시급한 일은 아니다”라고 결론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으로 전통 강자인 미국과 유럽, 러시아 국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중국은 강 건너편에서 불구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뒷짐지고 ‘관람’하면서 잇속을 챙길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미국과 패권을 다툴 정도로 힘을 키운 중국이 무엇을 하고, 안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중국 역사학자인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국제 무대에서 무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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