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빅테크 ‘연봉 줄인상’ 여파…연봉 1억 넘겨도 개발자 ‘구인난’

입력 2022-03-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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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포털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기며 꿈의 직장으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지난해 파격적인 연봉 인상을 단행하고,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뿌리며 개발 인재 확보를 위해 공들인 결과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게임사 중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평균연봉 1억500만 원을 기록하며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급여와 상여·스톡옵션 행사차익 등을 포함한 수치지만, 전년 평균(8800만 원)이 1억 원을 채 기록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훌쩍 뛰어오른 셈이다.

또한 ‘3N’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평균 연봉 1억600만 원을 기록했고, 넷마블은 전년 대비 10.96% 오른 8100만 원의 평균 연봉을 지급했다. 넥슨의 경우 매출원가(COGS)에 포함된 인건비가 전년 대비 10.02%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토종 공룡’으로 불리는 포털 기업 역시 지난 2020년에 이어 평균 연봉 1억 원대를 이어갔다. 지난해 네이버는 1인 평균 급여액 1억2920만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 경우 스톡옵션 행사차익, 스톡그랜트 지급액 등을 반영한 수치다.

카카오는 1인 평균 급여로 1억72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해인 2020년 평균 급여가 1억800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0%가량 늘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스톡옵션 행사차익을 제외한 1인 평균 급여액은 890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IT업계의 ‘연봉 인상’ 경쟁에 따라 인건비가 늘어난 결과다. 게임업계는 2021년 초부터 전 직원 연봉을 최대 2000만 원까지 올리며 인력 챙기기에 나섰다. 지난해 2월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과 크래프톤, 컴투스 등 대부분의 게임사가 연봉과 신입직원 초봉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네이버·카카오 등 유수의 IT기업을 비롯해 대기업, 스타트업까지 연이어 연봉 인상 행렬에 뛰어들었다.

연봉이 올랐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회사로서는 인건비가 뛰어오르며 지출이 늘어나 수익성이 다소 악화했단 평가가 나왔다. 특히 게임업계의 경우 개발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연봉 인상을 단행했지만, 신작이 부재한 데다 업계 전반이 침체하며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건비를 당장 줄이긴 어렵다. 가장 먼저 연봉 인상을 단행한 넥슨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한국에서는 인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업계 최고 수준으로 한국인 직원에 대한 보수를 인상했기 때문에 인건비가 증가했다”며 “개발뿐만 아니라 출시 이후 고품질 운영을 위한 충분한 인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T업계 종사자로서는 회사 간, 직무 간 차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스톡옵션을 중심으로 보상 체계가 짜인 경우 이를 행사하지 못하면 결국 총연봉 자체는 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했단 불만과, 직무별로 차이를 의식하게 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IT업계 종사자는 “연봉체계가 개발 직군을 중심으로 오르면서 회사 안에서도 급여 차이가 심화했단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또 ‘다른 회사는 얼마라던데’란 이야기까지 들리니 착잡하다”고 언급했다.

그런데도 개발 직군을 향한 IT기업의 ‘구애’는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호소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개발자는 뽑아도 뽑아도 부족하다”며 “연봉을 올리고 스톡옵션을 내걸어도 오겠단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인건비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집토끼’를 잡을 보상체계도 마련 중이다. 대표적인 곳은 네이버다. 지난해부터 네이버 내부에서 이탈자를 잡을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진 영향이다.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네이버 노조는 “사람에 대한 투자는 네이버의 상장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지만 최근 스타트업이나 동종 업계에서 노동에 대한 더 많은 가치를 약속하면서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새로운 수장을 맡은 최수연 대표는 지난 18일 사내 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보상 체계를 마련하겠단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최 대표는 “적절한 권한 위임, 과감한 시도, 실패를 비난하지 않는 문화, 걸맞은 보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도입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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