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 퍼지는 CBDC...“고액 수수료 은행 불신 영향”

입력 2022-03-24 15:03 수정 2022-03-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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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 2020년 10월 세계 최초 CBDC '샌드달러' 출시
자메이카 이달, 브라질·멕시코 1~2년 내 출시 예정
해외 송금 의존 높은 특성, 기존 은행 수수료 불만 커져
"보완재" 저평가 미국과 달리 "대체재" 높은 평가

▲사진은 바하마에서 고객이 샌드달러로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출처 샌드달러 트위터
▲사진은 바하마에서 고객이 샌드달러로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출처 샌드달러 트위터

중남미에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통화(CBDC)’ 도입을 향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고액 수수료를 챙기는 시중 은행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금융거래가 줄어들자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CBDC를 대안책으로 꺼내 들기 시작했다고 2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했다.

바하마는 2020년 10월 세계 최초 CBDC인 ‘샌드달러’를 출시했고, 카리브해 8개국으로 구성된 동카리브해중앙은행(ECCB)은 지난해 3월 ‘DCash’라는 CBDC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자메이카가 이달 중 ‘Jam-Dex’라는 CBDC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자메이카 정부는 활성화를 위해 CBDC를 사용하는 첫 10만 명에게 각각 16달러(약 2만 원)를 지원금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중남미 경제 규모 1, 2위인 브라질과 멕시코도 CBDC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브라질은 연내 ‘디지털헤알’ 시범 운용을 목표로 삼았다. 본격적인 CBDC 유통은 2024년으로 예상한다. 멕시코는 최근 2024년까지 CBDC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CBDC는 비트코인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상자산(가상화폐)과 다르게 중앙은행이 공급하고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자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중남미 국가들이 CBDC 도입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높은 수수료와 은행에 대한 불신이 있다. 중남미 시중은행은 다른 국가 은행보다 송금 수수료가 높은 편에 속한다. 중남미 빈곤층은 외국에서 일하는 가족들이 보내오는 자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송금 수수료가 높다 보니 기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크다.

게다가 이런 은행 시스템에 대한 접근도 힘들다. 자메이카에선 은행 계좌가 없는 국민 비율이 전체의 20% 가까이 되며 멕시코의 경우 성인 과반이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 수요는 줄고 통제하기 어려운 민간 가상자산 활용이 높아지자 당국은 CBDC라는 대안을 내놓게 됐다. 나탈리 헤인즈 자메이카 중앙은행 부총재는 “빈곤층의 금융 접근을 높이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면서 CBDC 수수료를 기존 은행보다 낮게 책정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CBDC는 은행 업무와 달리 스마트폰만 있으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로 인해 CBDC를 보완재 수준으로 여기는 선진국과 달리 중남미 국가들은 CBDC가 미래에 대체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캄포스 네토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디지털 통화는 단순히 환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재 있는 물리적 통화를 서서히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CBDC는 현금이나 민간 가상화폐와 공존하는 것이지 대체재는 아니다”라던 지난해 발언과 사뭇 다르다.

적극적인 정부와 달리 핀테크에 대한 시민들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건 과제로 남았다. 정부가 시스템 도입에 집중한 나머지 CBDC에 관한 교육에 소홀히 하면서 정작 시스템이 출시되고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하마의 경우 CBDC를 출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점 대부분이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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