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돈 못버는 자영업자, 빚만 177조 원

입력 2022-03-24 16:57 수정 2022-03-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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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ㆍ자영업자 위험 여전
정부 지원 종료 후 부실 우려 커
한은, 금리인상으로 대출 증가 억제

장사를 해도 빚만 늘어나는 자영업 가구가 78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된 적자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만 177조 원을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만기 연장 등 정부의 금융지원마저 끊길 경우,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 위험이 급격하게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2022년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금융부채를 보유한 자영업 가구 중 적자가구는 약 78만 가구로 전체 자영업 가구의 16.7%를 차지했다.

이들 적자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177조 원에 달했다. 코로나19가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지난 2년 사이 43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지원 종료시 부채 최대 58조 원까지 급증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2년 3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2년 3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영업 적자가구 중에서도 이른바 ‘유동성 위험가구’만 27만 가구로 추정됐다. 당장 끌어올 수 있는 금융자산으로 적자를 버틸 수 있는 기간이 1년이 채 안 되는 가구를 말한다. 이들 가구의 금융부채는 2020년 3월 대비 약 13조 원 늘어난 72조 원이었다.

향후 1년간을 보면, 적자 가구 및 유동성 위험 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정부 금융지원정책 종료 여부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정부지원이 일괄 종료될 경우, 적자가구 금융부채는 최대 58조 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특히 최근 들어 20~30대 청년층 취약차주의 신용리스크도 여타 연령층보다 더 증대되는 모습이다. 각 연령별 차주 중 취약차주의 비중을 보면, 청년층이 6.6%로 여타 연령층(5.8%)보다 높은 수준이다.

청년층 취약차주 연체율도 여타 연령층과 달리 지난해 초부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1년 1분기 말 5.0%에서 4분기 말에는 5.8%까지 올랐다.

취약차주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도 2019년 말 10.6%에서 지난해 말 12.1%로 상승했다. 특히 대출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 등이 끝나면 이들의 부실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최근 정부는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올 9월까지 6개월 추가 연장했다. 한은은 유동성 위험가구의 금융부채가 지난해 말 대비 최대 10조 원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출 지원 연장으로 당장 큰 고비를 넘겨도, 매출이 회복되지않으면 빚만 불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모든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된다고 가정하면, 금융부채는 최대 58조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정부의 금융지원이 장기화되면 잠재 부실이 이연 누적되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잠재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을 통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1%p 오르면, 가계대출 증가 규모 24조 감소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금융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금리가 1% 상승할 경우 가계대출이 전기 대비 23조40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그 근거다.

이런 대출금리 상승의 가계대출 증가 억제 효과는 코로나19 이후 더 커졌다. 또 금리 수준이 높을수록 더 확대됐다. 대출금리 3% 수준일 때 1분기 동안 차주당 가계대출이 평균 294만 원 증가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0.5%p, 1%p 오르면 대출 증가폭은 각각 227만 원, 138만 원으로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둔화 효과는 금리수준이 높아질수록, 금융불균형이 심화될수록 크게 나타나고 코로나19 이후 금리 상승에 따른 효과가 더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됐다”며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및 금융불균형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SR 규제 강화, 대출 증가율 4.5%p ↓… 취약계층 유동성 제약 우려

정부가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앞서 정부는 단계별로 규제를 강화해, 올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 원 이상일 경우(2단계), 오는 7월부터는 1억 원 이상일 경우(3단계) 차주 단위 DSR 비율을 40%까지 적용하도록 했다.

한은의 추산에 따르면 7월부터 시행되는 3단계 규제 적용으로 신규 가계대출이 13.4% 줄어 가계대출 증가율은 4.5%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DSR 규제를 받지 않는 부문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유발할 수 있고, 소득수준과 신용도가 낮은 실수요자나 취약계층의 유동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화된 DSR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증가율이 여전히 20∼3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다, DSR 규제가 한차례 강화됐던 지난해 7월 이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이 더 높아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취약차주의 경우 DSR 규제 강화에 따라 대출 한도가 더 낮아지고, 처분 가능한 금융자산도 적다 보니 자금 마련이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는 등으로 대출수요가 큰 취약계층을 위해 선별적인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제도적인 보완책을 확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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