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기업들의 기를 살리는 방법

입력 2022-03-28 06:00 수정 2022-03-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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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업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200곳이 넘는 기업의 임원(대표이사 포함)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0곳 중 7곳이 “경영 환경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답했다. 오랜만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때부터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과 기업 활동 지원, 규제 완화를 약속했으니 그럴 만하다.

당장 시급한 것은 기업의 기(氣)를 살리는 것이다. 특히 기업인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인 양 바라보는 ‘반기업정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반기업정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인들이 적폐 프레임에 갇히자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정 당국이 칼날을 겨냥한 기업인들은 고초를 겪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살았다. 뇌물수수 사건에서 생소한 ‘묵시적 청탁’에 대한 검찰 측 주장이 인정됐다. ‘은연중에 청탁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사실이란 옷을 입었다.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에서 벗어난 일반적이지 않은 판례가 생겼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4년간 매주 법정에 출석했던 이 부회장은 이제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자체 개혁 일환으로 만든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국정농단에 이어 또다시 ‘승계’라는 밀랍을 부었다. 증인 신문 등 현재 1심 재판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은 앞으로 3~4년간 다시 매주 서초동에 가야 한다. 굴지의 해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할 글로벌 기업의 총수가 수년간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마땅히 법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 불법·위법한 일을 저지르면 누구라도 처벌받는 게 옳다. 그러나 사정 당국이 나서서 한쪽으로 몰아가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 사건에선 어찌 된 영문인지 ‘승계’라는 단어가 또 언급됐다. ‘국정농단-삼성물산-삼성웰스토리’까지 결론(승계)을 이미 정해 놓고 짜 맞추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미 재계 안팎에선 차기 정부의 기업 사정 타깃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소문은 꼬리를 물고 퍼져 반기업정서만 더욱 자극하고 있다.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던 각종 규제 법안들에 대한 개정도 필요하다. 기준이 모호하고 경영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운 중대재해처벌법을 시급히 살펴야 한다.

한국 경제가 급격히 성장한 바탕 중에는 강력한 오너십이 있었다. 1960년대 산업 태동기를 이끈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부터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버팀목이 됐다.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3세인 이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어깨는 더 무겁다.

경제 선순환의 출발점은 기업이다. 기업들이 신이 날 때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의 약속 이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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