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누운 골든아치에서 이데아·로스그램까지...외국기업 썰물에 짝퉁천국 된 러시아

입력 2022-03-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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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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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에 사는 대학생 A씨. 수업이 있는 날이면 맥도날드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스타벅스 커피로 졸린 잠을 쫓아내며 공부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세계 여느 나라의 젊은이의 생활과 다를 바 없었던 이 청년의 삶이 급격하게 달라지게 됐다. 서방 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떠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러시아인들은 맥도날드 대신 ‘바냐 아저씨’에서 햄버거를 사 먹고, 인스타그램 대신 ‘로스그램’에 일상 사진을 올린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의 칼스버그와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은 러시아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칼스버그는 러시아에서 모든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면서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하지만 현 상황에서 해야 할 정당한 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진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칼스버그는 100% 자회사인 러시아 최대 맥주업체 발티카를 통해 러시아 맥주 시장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의 10%와 영업이익의 6%를 러시아에서 올렸다.

러시아 맥주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네켄은 러시아 비중이 2% 정도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앞서 맥도날드는 러시아 전역에 있는 850개 지점을 폐쇄했다. 스타벅스와 코카콜라, 펩시 등도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탈러시아’에 나선 글로벌 기업은 400여 곳 정도로 파악된다.

러시아를 규탄하는 반전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에서 사업을 고집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기업들이 사업에 대한 평판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기업들 ‘탈러시아’ 행렬에 러시아 국민들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졌다. 특히 맥도날드 철수 소식에는 햄버거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으며, 맥도날드의 인기 메뉴인 ‘빅맥’ 세트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5만 루블(약 59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러시아판 맥도널드 ‘바냐아저씨(Uncle Vanya)’ 로고. 러시아 지식재산청.
▲러시아판 맥도널드 ‘바냐아저씨(Uncle Vanya)’ 로고. 러시아 지식재산청.

혼란 속에서도 이들은 나름의 살 길(?)을 찾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와 비슷한 ‘짝퉁’을 등장시킨 것이다. 지난 28일에는 인스타그램을 모방한 SNS 로스그램(Россграм)이 출시됐다. 이 소셜미디어는 인스타그램을 겨냥한 듯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색상과 레이아웃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크라우드 펀딩, 유료 접속 등 부가 기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던 맥도날드는 러시아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바냐아저씨’(Дядя Ваня)가 대신한다. 이 업체는 맥도날드 로고를 연상하게 하는 새로운 로고를 최근 현지 지식재산청에 제출했다.

새 로고를 보면 빨간색 배경 위에 노란색으로 키릴 문자 ‘B’가 있다. 이 문자는 ‘바냐’의 첫 글자인 ‘V’를 뜻한다. 얼핏 맥도날드 로고를 90° 돌린 것 같다.

또 야후파이낸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에 스웨덴 가구브랜드 이케아, 미국 커피브랜드 스타벅스와 유사한 로고 출원도 접수됐다.

이처럼 ‘짝퉁’ 브랜드들이 쏟아지는 것이 가능한 것은 러시아 정부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각) 러시아 정부는 비우호국에 등록된 특허 소유자에 대한 보호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기업들이 허가 없이 특정 특허를 사용하더라도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이같은 조치가 처음은 아니다. 스미소니언매거진에 따르면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적국 기업의 자산을 몰수하는 조치로서 독일 제약사 바이엘의 미국 내 아스피린 특허권을 박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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