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김정숙 여사 ‘의상 논란’ 불러온 특활비…뭐길래 비공개 할까

입력 2022-03-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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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청와대를 상대로 한 ‘특수활동비(특활비) 공개 소송’이 김정숙 여사의 옷값 등 의전비용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의 본질은 특활비 사용 내역의 공개 여부지만, 청와대가 정보 공개에 극도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초점이 김정숙 여사에게로만 쏠리는 모양새다.

특활비는 기본적으로 ‘기밀 유지가 필요한 국정수행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를 뜻한다. 국회,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정부 각 부처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특활비를 이용할 수 있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데 쓰이는 만큼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는데, 이로 인해 특활비 공개 논란은 꾸준히 지속돼왔다.

연맹 “공개해라” vs 청와대 “공개 어려워”

▲청와대 외관. (연합뉴스)
▲청와대 외관. (연합뉴스)

최근 불거진 특활비 논란은 한국납세자연맹(연맹)이 2018년 6월, 7월 두 차례에 걸쳐 특활비 집행 내역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하며 시작됐다. 당시 연맹은 대통령 내외의 의전 비용, 취임 이후 특활비 집행내역, 특활비 지출결의서와 운영지침(집행지침) 등의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 안전보장’,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에 연맹은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 2월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당시 부장판사 정상규)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이 요구한 정보 중 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제외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는 사실상 승소에 가까운 판결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불복해 이달 2일 항소했다.

야당도 특활비 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화를 더 크게 불러 일으킨다”며 “정권 말기에 이런 이야기로 자꾸 논란을 부추겨서 그동안 국정을 잘 운영하시던 문 대통령에게 오점을 남길 필요가 없다. 빨리 공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임기 중 대통령 배우자로서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수활동비 등 국가 예산을 편성해 사용한 바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며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는 국방·외교·안보 등 사유로 구체적인 공개가 어렵다는 점을 빌미로 무분별하게 사실과 다른 점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의 특활비 논란이 김정숙 여사의 의전 논란으로 이어지자 누리꾼들은 직접 김 여사가 착용했던 장신구, 옷을 찾아 비용 계산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25일 김 여사가 그간 공식 석상에서 “의상 178벌, 액세서리 207개를 착용했다”며 “총정리한 게 아니다. 너무 많아서 정리하다가 힘들어서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공개 꺼리는 정부 부처...‘눈먼 돈’ 내역 공개될 수 있을까

▲한국납세자연맹이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청와대 특수활동비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납세자연맹이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청와대 특수활동비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것은 이번 정부뿐만이 아니다. 특활비를 사용하는 국정원·검찰·경찰 등은 모두 기밀 유지 등을 이유로 특활비 사용 내역 공개를 꺼린다. 이에 시민사회로부터 ‘눈먼 돈’이라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그럼에도 지난 1월 검찰은 대검찰청 등의 특활비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특활비 공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극에 달하고 있는 만큼 청와대로서도 마냥 거부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특활비가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같은 논리로 검찰, 국회 등 주요 정부기관들에 대한 특활비 공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된 소송을 제기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언론을 통해 “특활비 소송을 정치적인 논란으로 몰고 가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납세자들의 정당한 권리로, (특활비) 사용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특활비 내역이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청와대가 지난 2일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 항소함에 따라 판결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끝나지 않을 확률이 크다. 이 경우 소송 대상이 된 정보들이 모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돼 최장 15년간 비공개될 수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실을 상대로 한 특활비 공개 소송이 있었으나 박 전 대통령이 항소 뒤 탄핵되며 소송 대상 정보물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며 2심에서 각하 결정이 났다. 2심에서 연맹의 일부 승소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 연맹은 2015년에도 박근혜 정부와 행정부처를 상대로 특활비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가 비공개 결정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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