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경제

입력 2022-03-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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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현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중국은 자신의 과거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나라다. 1949년 마오쩌둥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하고 베이징에 입성할 때 그의 곁에는 황제들의 통치술을 다룬 자치통감을 비롯한 역사서만 있었을 뿐 마르크스나 레닌의 저작은 단 한 권도 없었다(솔즈베리, 새로운 황제들). 노동자·농민의 나라를 건설하겠다며 혁명을 일으킨 세력이 실제로는 일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황제들이 어떻게 국가를 통치했고, 정적을 제거했는지를 공부한 것이다. 현재 시진핑 정권이 목표로 내세운 중국몽 역시 새로운 이념과 가치가 아니라 당, 명, 청 등 과거 세계를 주름잡았던 중국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중화사상의 발현이다.

중화사상에서 세상은 중심과 주변부로 구분되며, 중심은 문명의 시발점이고 주변부는 이를 받아들이는 처지다. 또한, 주변부는 그 경계 너머의 세력이 중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는 완충지역의 역할도 수행한다. 6·25 전쟁 발발 때 북한은 러시아(구 소련)의 도움을 받아 남침했고, 초기 중국은 관망의 자세를 취했다. 그 후 전세가 역전되어 연합군이 북한 지역 깊숙이 진격하면서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손상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참전을 결정하였다. 그들이 말하는 항미원조(抗美援朝)의 시작이다. 1979년 중국은 베트남을 침공하였다. 베트남이 친중 국가였던 캄보디아를 공격하자 동남아가 그들의 관할구역임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베트남은 중국이 아닌 러시아 편이었다.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허상에 동조하는 척하는 것을 빼면 중국과 러시아는 전혀 협조적인 관계가 아니다. 1940년대 스탈린은 수차례 마오쩌둥을 제거하려 했고, 1960년 초반 흐루쇼프는 중국에 파견된 기술자 전부를 철수시켜 중국 제조업을 거의 마비되게 하였다(앞의 책). 중국에 있어서 러시아는 주변국 너머의 세력이고, 더 큰 위협인 미국을 견제할 경우에만 유효한 카드다.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규모 면에서 중국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최근에는 1인당 GDP마저 중국에 뒤처졌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러시아는 전 세계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 러시아가 중국에 군수물자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미국은 중국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이유나 근거는 거의 없다고 본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중국은 자신의 이익을 직접 침해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고,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로 다소의 공산품을 수출하지만, 중국 경제의 규모로 볼 때 이들 지역과의 무역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유가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 가중, 전 세계적인 소비 위축은 중국 경제에도 큰 충격을 가져온다. 대외경제의 불안은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무너뜨린다.

대외경제가 위축되면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경제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경제의 대내적 위기 요인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 기술기업 규제 그리고 부동산 개발 거품을 지적한다. 칭링(淸零)으로 불리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14억 인구에서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연말까지 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심산인데 단기적으로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을 해치는 데까지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민간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는 안팎에서 동시에 벌어진다. 서구는 중국 기업을 규제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는 국유 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공격한다. 중국 정부의 민간기업 규제는 기술혁신을 방해하여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를 취약하게 할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과도한 부동산 개발과 이로 인한 거품 붕괴 및 지방채무 악화이다. 3연임이라는 정치적인 큰 행사를 앞두고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당초 예상치인 5.1%에서 5.5%로 높였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외 불안정성이 훨씬 가중되었다. 수출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제로 코로나는 국내 소비를 억제한다. 민간기업은 서슬 퍼런 정부 규제에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한다. 남은 것은 하나, 바로 국내 투자다. 그리고 부동산 개발은 어디에서나 경기 부양을 위한 1순위 투자처로 꼽힌다.

작년의 헝다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중국의 대도시 근처에는 빈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는 유령도시가 허다하다. 부동산 거품을 해결하려면 성장보다는 구조조정을 택해야 하는데 중국은 ‘한 번 더 부동산’을 외친다. 지방정부가 도로를 닦고, 지방의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짓고, 그 돈은 국유은행이 제공하는 구조이다. 정부가 채무를 보증하니 당장은 망하지 않겠지만, 빌린 돈은 언젠가 갚아야 한다. 게다가 중국의 성장률은 점점 하락하는 추세이다. 대외적인 위기 속에서 정치적 이유로 경제 구조조정의 순서가 뒤로 밀린다. 글로벌 공급망을 놓고 미국과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하는 중국이 자신의 약점을 더 노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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