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석열의 금융관

입력 2022-03-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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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금융관은 '관치금융 탈피'였다. 규제를 완화해 민간주도로 경영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때 '산업은행 총재' 명칭도 '산업은행장'으로 바뀌었다. 공식 회의에서 "산업은행장이 자신을 총재로 부르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질타하면서다. 이 무렵 한국은행 총재 명칭도 은행장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은행 등 금융사를 일컬을 때 사용했던 '금융기관'이란 용어도 '금융회사'로 변경했다. 금융기관이라는 용어가 관치금융의 느낌이 난다는 이유였다.

'기관'에서 '회사'가 된 은행들은 민간주도 성장을 실현했을까. 변화는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해당 시장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관심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KB금융지주도 새로 출범해 현재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의 진영이 이때 갖춰졌다.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 금융권에서 'MB 금융'은 '4대 천왕',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기억된다. 관치금융에서 벗어나겠다고 했지만 4대 금융지주(산은·KB·우리·하나금융) 수장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채워졌다.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뱅크런(예금인출사태)'도 금융권 충격이었다. 이른바 '8·8클럽'에 속하는 우량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던 와중에 부실 폭탄이 터진 것이다.

2022년 현재 금융시장은 복잡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대응, 가계대출, 부동산 시장 혼란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을 필요로 하는 개인, 기업들의 상황도 천차만별이다.

가계대출 규제 완화를 두고 갑론을박 의견이 쏟아지는 것도 금융 환경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금융시장의 안정책과 동시에 금융의 공적인 역할, 덩달아 금융산업 발전을 여느 때보다 고민해야 할 시기다. 그 고민을 해결하려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금융관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 금융을 단순히 정책 달성의 수단으로만 취급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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