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보건복지부도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보건·복지기능 분리론이 부상하면서 부처 내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수위는 4월 초 대략적인 정부조직 개편방향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대 쟁점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보건복지부 분리다. 인수위는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고, 분리된 복지부와 폐지된 여가부의 가족 기능을 합쳐 가족복지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가부 폐지와 보건부 신설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공약이었다. 복지·가족정책 연계를 강화하고 감염병 대응 등 보건의료정책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 균형 무너질 것”
여가부 폐지 시 가족정책실을 가져오는 문제에 대해선 이견이 적다. 여성부가 여가부로 확대되기 전 가족정책은 본래 복지부의 업무였기 때문이다.
복지부·보건부 분리는 상황이 다르다. 인수위는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 전문성 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부처 내 인력 구성을 보면 전문성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복지부는 경력경쟁채용(경채)을 통해 의사 면허 소지자를 사무관(일반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일부 국·과장직은 개방형 또는 공모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2본부장인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인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이 복지부 경채 출신이다.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인 박향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공모직으로 임용된 사례다.
반면, 분리로 예상되는 부작용은 크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로 커뮤니티케어 등 복지정책으로서 의료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부 분리는 정책 간 연계를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부처 내에서 복지정책과 의료정책이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맞추고 있었는데, 그 균형이 무너지면 의료영리화 등 의료단체의 이익을 대변한 정책들이 견제 없이 추진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장관직을 독점한 특정 여성단체에 포획된 여가부처럼, 보건부도 대한의사협회 등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국 구성을 놓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국내 보건의료정책의 핵심인 국민건강보험 담당부서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건강보험정책 방향이 수가 인상과 비급여 확대, 적정수가 유지와 비급여 축소로 완전히 갈리게 된다. 의료기관·인력 등 자원 관리 주체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주요 선진국, 보건·복지 ‘한 부처’ 운영
해외 사례에서도 보건부를 별도 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드물다. 미국(보건복지부)과 일본(후생노동성), 프랑스(노동고용보건부), 핀란드(사회보건부) 등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유사한 형태로 복지와 보건 기능을 한 부처에 합쳐놨다. 독일과 영국이 보건부를 별도 운영하고 있지만, 기능을 고려하면 한국과 직접 비교가 어렵다. 독일 보건부는 핵심업무가 지역 중심의 헬스케어(건강관리)정책 수립·집행이며, 영국 보건부는 국민보건서비스(NHS) 운영·관리로 역할이 제한돼 있다. 전반적 보건의료정책 수립·집행은 별도 기관인 보건사회복지부가 담당한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커뮤니티케어, 장기요양 같은 제도들은 물리적으로 분리가 불가능하다. 억지로 떼어낸다면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통합·연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복지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통할권을 주는 게 방법일 수 있겠지만, 그런다고 해도 부처 간 관계가 한 부처일 때만큼 유기적으로 작동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