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 "건전한 IEO 인프라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 밑바탕 꾸려야"

입력 2022-04-03 13:45 수정 2022-04-0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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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에서 태양과 바람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과 동일하다. 제도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 굳이 오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시장에서 관심을 가진다. 디지털자산 시장을 육성하는 차기 정부의 방향은 이렇게 잡아야 한다."

최화인<사진>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지난달 30일 이투데이와 만나 이처럼 디지털자산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에반젤리스트란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등장하게 된 블록체인 관련 디지털 전문가를 지칭한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현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직을 맡고 있다.

그는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되고 인수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과 관련한 밑바탕을 그려나가는 중인만큼, 당선인의 공약을 보다 발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윤 당선인의 디지털자산 공약 중 '국내 코인발행(ICOㆍInitial Coin Offering) 허용 및 IEO 선제적 도입'에 주목했다. 국내에서 ICO나 IEO(Initial Exchange Offeringㆍ거래소발행)를 안정적인 구조로 가져갈 수 있다면 국부 유출을 막고 건전한 투자 문화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해외에서 진행하던 ICOㆍIEO를 국내에서 진행한다면 재단설립, 현지인 고용, 각종 행정ㆍ자문에 소요되던 비용이 다시 국내로 유입될 것"이라며 "산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 당선인의 공약처럼) ICO 전에 IEO를 진행하려면 거래소가 사기성 코인 프로젝트를 상장한다거나 거래소를 이용한 시세조종 리스크를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IEO 프로젝트 관리ㆍ지원 프로세스도 제시했다. 정부와 가상자산 거래소를 투트랙으로 설정해 각자의 역할을 맡기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해 거래소 내 시세조종 관리·감독을, 거래소는 기술과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춘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형태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정부 기관이 코인 상장 여부에 직접 개입하면 투기성이 강한 자산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코인 상장 요건을 까다롭게 정하면 산업 성장에 장애가 되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코인 상장은 시장(거래소)의 선택에 맡기되, 거래소에 상장위원회를 둬 공시를 운영하도록 했다. 코인 프로젝트는 백서를 비롯해 발행량ㆍ발행가격ㆍ공급계획 등을 담은 발행계획서와 개발자ㆍ임원 이력, KYC 이행동의서 등을 정부에 제출한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거래소와 이해관계가 없는 3분의 1 이상으로 구성된 상장위원회를 갖춰야 프로젝트 상장 심사단(pooling)에 참가할 수 있다. 이후 프로젝트들은 해당 심사단에 들어간 거래소 중 하나를 선택해 IEO를 진행하는 구조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IEO는 총 발행 코인의 2%로 제한해 거래소-프로젝트를 통한 시세조종 및 가격조작을 차단할 수 있다"라며 "IEO 진행 후 6개월간 문제가 없으면 타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라고 부연했다.

특히 IEO 진행 시 증권계좌와 연동하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현재 증권사를 필두로 전통 금융회사들이 디지털자산에 관심을 보이지만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정해진 은행을 통해서만 투자 계좌를 만들 수 있지만, 주식시장처럼 증권계좌와 연동해 전통금융권의 디지털자산 시장 유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증권계좌를 연동하면서 금융사들이 기술 투자도 진행하고, 유의미한 기술이 있는 프로젝트들과 협업하면서 개발도 같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 분야에 대한 이해도 높이면서 확장성이 높아질 수 있는 형태"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거래소 내 이상거래 모니터링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거래소 API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동, 개별 거래소의 코인 보유량ㆍ변동량ㆍ거래현황ㆍ이체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건전한 IEO 인프라가 정착된다면 디지털자산 투자 문화 또한 긍정적으로 선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자산이 '투자'가 아닌 '투기'로 간주되는 이유가 코인 프로젝트의 불안정성인만큼, 장기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투자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코인 프로젝트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자금난인 만큼, 안정적인 생태계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어떤 기질과 관행을 갖고 있느냐가 금융시장 전체의 레벨(수준)을 정한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획득력이 빠르고 기술 이해도가 높아서,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조언하기도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인 만큼 기존 관치금융의 문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기술기반 신산업은 시장에 의해 판단 받는 게 경쟁력을 갖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정부가 규제를 들고나오거나 세세한 사항을 정해 성장을 저해하기보다,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와 밑바탕을 마련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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