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봤던가 '천만 영화’...말라가는 극장가 “돌파 전략 필요”

입력 2022-03-31 16:48 수정 2022-03-3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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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가 말라가고 있다. 흥행 지표로 삼았던 ‘천만 영화’는 3년 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년)'이 마지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 상업영화가 보여준 관객 유도 최대치는 430만 관객을 모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년)'와 360만 관객을 동원한 ‘모가디슈(2021년)'에서 멈췄다.

31일 관련업계는 “돌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다만, 대형 투자배급사들은 일단 올 상반기까지는 “견디면서 지나가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한국 영화 개봉작이 전무했던 CJ ENM은 이름난 감독들의 대작 라인업을 쌓아둔 만큼 고민이 가장 깊다. 톱배우가 몰려 나온 ‘도둑들(2012년)', ‘암살(2015년)'을 연이어 흥행시킨 최동훈 감독의 SF물 ‘외계+인’ 1, 2편, 유해진과 현빈의 코믹 케미를 보여준 ‘공조(2016년)'의 후속작 ‘공조2: 인터내셔날’, ‘국제시장(2014년)'으로 중장년층의 눈시울을 적신 윤제균 감독의 신작 뮤지컬 영화 ‘영웅’까지 산적해 있지만 어느 작품을 먼저 내세울지는 확정하지 못했다.

(쇼박스 '비상선언')
(쇼박스 '비상선언')

CJ ENM은 일단 5월로 예정된 칸영화제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초청될 경우, ‘감독 파워’를 빌려 두 신작을 먼저 개봉하는 안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8월 여름 시장을 노린 전통적 배급 전략도 감지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4~6월은 ‘흘려보내는' 달로 남을 여지가 크다.

쇼박스는 지난해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비상선언’ 개봉 시점을 7~8월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하반기에 1~2편의 영화를 더 선보일 수 있을지 고심 중이다. NEW 관계자도 “여름에는 크고 시원한 작품”을 언급한 만큼 박훈정 감독의 ‘마녀2’와 류승완 감독의 ‘밀수’ 순으로 여름 시장을 치고 나서는 안이 예상된다.

롯데컬처웍스의 여름 대작은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이 가장 유력하다.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은 피렌체 한국영화제 초청으로 해외서 먼저 베일을 벗는 ‘대외비’와 현재 후반작업 중인 임순례 감독의 ‘교섭’ 카드를 만지작댈 것으로 보인다.

(롯데컬처웍스 '한산:용의출현')
(롯데컬처웍스 '한산:용의출현')

문제는 ‘시기’다. 언급된 작품들 모두 극장, IPTV, 스트리밍플랫폼 순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1차, 2차, N차 판매망 안에서 최대 매출을 노리는 기대작들이다. 극장가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이는 이 작품들이 ‘더운 여름’만 기다리는 까닭에 한산한 극장가 풍경은 당분간 나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2021년 국내 극장 매출이 5845억 원으로 2019년의 30%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투자배급사들의 접근이 영화산업을 재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영화 배급업에 20여년 몸담아온 이화배 스튜디오디에이치엘 배급이사는 “과거 한국영화산업 개척기의 사업자들은 일정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돌발 상황을 헤쳐나갈 의지가 있었다면, 지금의 대형 투자배급사는 굉장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때문에 오히려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만히 있어도 죽을 지경에 돌파구도 없는 상황이라면, 큰 투자배급사가 어떻게든 제작사를 설득해 전략적으로 시장을 돌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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