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가 6만 원대로 주저앉았지만, 증권가에서는 ‘10만전자(삼성전자 주당 10만 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분기부터 낸드플래시 등 주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최근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이 증설을 마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면서 이 같은 기대감은 더 증목되고 있다.
1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72% 하락한 6만9100원에 장을 마쳤다. 연초 종가는 7만8600원으로 8만전자를 노리던 삼성전자가 7만전자부터 달성해야 하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이날까지 개인이 5조9950억 원어치 순매수했으나 코스피보다도 더 떨어졌다. 연초와 비교해 코스피는 8.32% 떨어졌으나, 삼성전자는 이보다 하락 폭이 큰 10.25% 떨어졌다. 개인이 6조 원 가까이 순매수할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5조630억 원, 1조170억 원어치 매도하면서다.
기관과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등을 돌렸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10곳으로 이 중 5곳은 목표 주가를 10만 원으로 잡았다. 가장 높은 목표 주가(11만 원)를 낸 곳은 한화투자증권이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디램과 낸드 가격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3분기까지 메모리 가격이 무난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2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5~1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일본 요카이치·기타카미 반도체 생산라인 2곳이 한 달 동안 원재료 오염 문제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낸드플래시 공급이 줄었기 떄문이다. 이에 따라 낸드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까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이 증설을 마무리한 것은 호재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시안 2공장은 1단계 공사에 들어갔으며, 2월에 2단계 공사를 끝냈다. 지난달 초부터는 가동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공사를 마친 시안 2공장은 시안 1공장의 12인치(300mm) 웨이퍼 기준 월 생산량(12만 장)보다 1만 장 많은 13만 장으로 추정된다. 이번 증설로 삼성전자가 시안 공장에서 만드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월 25만 장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낸드플래스 생산량의 10% 수준이다.
디램 산업도 삼성전자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공급 부족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수요 증가율이 낮은 만큼 과거보다 공급 증가에 더욱 민감한 업사이클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수요 부진을 이유로 디램 업황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예상보다 낮은 공급의 증가가 디램의 수급 개선과 고정가격 상승을 이끌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키움증권 역시 메모리 반도체의 턴어라운드를 예측하며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로 10만 원을 제시했다.
현재의 삼성전자 주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증시 상황을 반영해 낮은 것일 뿐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이슈로 삼성전자의 주가도 단기 급락했다”며 “경쟁사 생산 이슈 및 일부 부품 부족 등의 영향으로 메모리 가격 반등은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돼 뚜렷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가장 낮게 잡은 곳은 상상인증권이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로 7만7000원을 제시했다. 그는 “매크로 개선 시 한국의 대표 주가 상대적 약세를 만회하면서 더 크게 아웃퍼폼할지 장담하지 못한다”며 “절대적인 밸류에이션 이하에서 악재에 덜 민감한 반응으로 하방 경직성을 먼저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