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75억·월세 4000만원’…폭풍전야 임대차 시장

입력 2022-04-03 11:06 수정 2022-04-0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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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월세 잇단 최고가 계약
8월 임대차3법 시행 2년 도래
집주인 보유세 부담 전가 우려
전문가 "공정가액비율 낮춰야"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사상 최고가가 잇따라 나오면서 임대차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임대차3법 시행 2년이 도래하는 8월에 전세시장이 다시 한번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 전용면적 273㎡형은 지난달 21일 보증금 4억 원·월세 40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월세 4000만 원은 역대 최고가다.

지난해 7월 서울 성동구 아크로포레스트 전용 264㎡형이 기록한 종전 월세 최고가 2700만 원(보증금 20억 원)보다 1300만 원 높은 금액이다.

전국에서 아파트 월세가 가장 비싼 강남구의 평균가(250만 원·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와 비교해도 16배에 달한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올해 들어 상승 폭이 둔화하고는 있으나,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연속 오르면서 125만 원을 돌파했다.

전세시장 불안 또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오름세였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월 들어 2년 7개월 만에 하락(-0.11%)으로 전환됐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봄 이사 철을 맞아 최근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재개하면서 급매물이 소진되고 하락 폭이 축소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5일에는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전용 271㎡형이 75억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전 최고가인 작년 2월 강남구 청담동 브르넨청담 전용 219㎡형의 전세 보증금 71억 원보다 4억 원 높은 금액이다.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반전세나 월세 계약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거래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서울에서 월세가 포함된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5만9411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8월부터는 임대차3법 시행 2년 도래로 전·월세 가격이 또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7월 시행된 새 임대차법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2+2년) 보장하고, 재계약 때는 인상률 상한을 5%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임대차법에 따라 임차료를 올리지 않고 갱신 계약을 연장한 집주인이 급등한 전셋값에 맞춰 4년 치 임차료를 한꺼번에 올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급등으로 올해도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조세 부담을 전가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세제 개편 방안에서 우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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